[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지난주에 3박 4일간 영덕 여행을 다녀왔다. 숙박을 했던 칠보산자연휴양림은 칠보산 8km를 굽이굽이 돌고 돌아 일곱 가지 보물을 품고도 남을 만한 깊은 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산마다 느껴지는 기운은 천차만별인데 칠보산은 유난히 따사로운 봄날 같은 좋은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평온했다. 아내와 함께 묵게 된 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지닌 숙소는 소나무 숲속에 터를 잡아 사방으로 난 창마다 펼쳐지는 소나무 풍경이 단연 일품이었다.

숙소에서 조망되는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어 감탄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사이 출입문 밖에 뜻밖의 손님이 방문하였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길고양이 한마리가 '야옹'거리고 앉아있는데 반갑고 왠지 친밀감마저 느껴졌다. 고양이가 출입문 앞에서 '야옹'거렸던 것은 제비꽃 숙소를 먼저 이용했던 숙박 객들에게 언제부턴가 먹을 것을 받아먹었던 경험이 습관화되어 나타난 의도된 행동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 것을 챙겨주니 두 번째와 세 번째 고양이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찾아왔다. 칠보산의 좋은 기운과 숙박 객들의 따뜻한 마음이 겹쳐서인지 고양이들은 정갈하고 윤기가 흘렀다.

여행 둘째 날 울진을 다녀온 후 숙소에 들어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어김없이 출입문 앞에 앉아 '야옹'거렸다. 맨 먼저 찾아왔던 고양이는 아내가 "또 왔네, 반갑다"라고 말을 걸면 "야옹"하고 반응했고, 아내와 고양이와의 대화는 몇 번이나 주고받기를 반복했다. 숙소에 머무는 내내 조석으로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며 고양이와 나눈 교감 덕분에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우리 숙소에 맨 처음 찾아왔던 고양이는 친화력이 뛰어나 보였다. 첫 번째로 찾아왔던 고양이는 두 번째로 나타났던 고양이와 장난을 치며 몸을 부비고 뒹굴었고, 이튿날에는 어미 고양이로 보이는 고양이와도 몸을 기대고 애교를 부리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사람이 오면 찾아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하고, 밥 때를 정확히 맞춰 찾아와 기다리고, 사람과 주거니 받거니 교감하는 모습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나타났던 고양이는 강인한 기질을 갖고 태어나 어미젖을 더욱 악착같이 먹은 덕분인지 몸집이 우람했다.

반면, 가장 늦게 찾아왔던 세 번째 고양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예민하여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까칠한 모습을 드러냈고, 형제자매나 어미와도 친밀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한발 짝 떨어져 있는 모습이 이방인처럼 외롭게 느껴졌다. 세 번째로 나타났던 고양이는 허약한 기질로 타고나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밀려 못 먹었는지 몸집이 확연하게 왜소해 보여 안타까웠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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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연상되었다. 성숙한 부모는 타고난 기질에 맡기지 않고 허약하거나 못난 자식을 더욱 보듬어 뒤처지지 않게 잘 성장하게 이끌어준다. 하지만 미성숙한 부모는 잘나가는 자식만 예뻐하기도 하고, 뒤처진 자식 몫을 자신이 채워주기는커녕 다른 자식에게서 빼앗아 채워주기도 한다. 부모 사랑과 인정을 더 받고 싶은 마음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형제자매와는 사뭇 다르게 고양이가 먹을 때 서로 더 먹겠다고 으르렁대거나 싸우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모와 친밀감이 돈독하지 못해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하기까지 했던 나는 첫 번째와 세 번째로 나타났던 고양이에게 눈길이 자주가고 오래 머물렀다. 새벽녘 잠결에 들었던 '야옹' 소리가 귓전에 맴돌며 칠보산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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