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온 산천이 가을빛을 두르고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코로나 19로 꽁꽁 얼어붙었던 산천을 녹여 잠자고 있던 "축제"는 찬가를 부르기 시작 했다.

음성에선 전국"품파 축제"를 하고 오창엔 "생명 쌀 축제"증평 인삼과 괴산고추, 영동에 "와인축제"보은에 "대추 축제" 제천에선"약초 축제" 등등 쾡가리 와 북을 들고 천지신명께 고하며 흥겨운 풍물놀이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축제란 무한한 희망을 부른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보고 듣고 먹고 즐기며 주거니 받거니 소통을 한다.

제 40회 문학인 대회가 음성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 도의회 의장과 의원, 교육감, 음성군수, 청주 문화원장과 중앙에서 오신소설가 협회장과 펜클럽 회장 등 많은 내빈들까지 축하를 해주시기 위하여 자리를 같이 했다.

글 쓰는 작가들이 모여 여는 잔치는 며칠 전부터 마음을 뒤 흔들며 설레는 가슴으로 기다리는 그런 날이다. 올해는 전국에서 모인 품바들과 늦은 저녁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재치 넘치는 사회자의 진행은 문화원장의 아리랑으로 문을 열었다.

그토록 무덥 던 더위도 물러가고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달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졌다. 충북 제천부터 옥천 영동의 각지부의 장기자랑과 시 낭송 고장의 특수작물을 선물로 준비하고 흥겨운 한마당 잔치는 무르익어갔다.

품바 축제는 금왕 꽃동네 최귀동 할아버지가 몸소 실천한 "사랑과 나눔"이란 슬로건으로 시작했다.

음성에는 농민 작가 "이무영"의 얼이 깃들어 있고 사과나무로 유명한 작가 반숙자님의 뜻을 받드는 제자들이 많다. 충북문협, 음성 예총, 식구들과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자리를 함께 했다.

축제란 즐겁고 미래의 무한한 희망을 불러오는 자리임을 확인 하는 듯 했다.

지난 9월 23일 문암 생태 공원에서 흥덕구 강서2동 사람들이 모여 작은 "효"축제를 열었다. 여느 잔치보다 뜻있고 감동이 넘치는 축제라 자랑이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매일 잠자고 일어나 산책을 즐기는 놀이터에서 낯익은 강서2동 13개 동민들이 모여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 쓰고 모은 주머니를 풀어 동 발전 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시작한 잔치는 풍성 했다. 테크노 조성으로 만들어진 신도시의 사람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단합된 모습으로 잔치를 준비했다. 우리 마을에 효심이 가득한 자손을 찾아서 상을 주고, 잔치에 필요한 먹을거리를 마련하느라 5개 직능단체와 협의해서 계획 세웠다. 볼거리로 노래자랑에 상금을 걸고 춤추고 노래하며 친목을 다지는 한마당 잔치를 통하여 뿔뿔이 흩어진 정든 이웃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2회"효" 잔치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작은 잔치도 추진하기 어려운데 전국을 대상으로 열려지는 축제는 얼마나 힘들 것인가. 축제란 많은 사람들이 단합하지 않으면 불가능 하다. 축제를 추진하는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국 곳곳에서 남녀노소 학교마다 축제가 열리고 고장마다 특색 넘치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코로나로 침체 되었던 세상이 축제를 통하여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와 산이 불러 산으로 갔다. 알암 벌은 밤송이가 쩍쩍 벌어져 밤을 떨구고 상수리나무에 도토리가 난타를 친다. 가을을 줍는 남녀는 신바람이 났다. 새벽부터 밤 줍고. 도토리 줍는 재미는 중독성이 있다.

고목나무에 붙어 목탁 소리 내는 딱따구리의 모습도 신비스럽고, 겨울 준비에 바쁜 다람쥐와 호두귀신인 청솔모가 날아다닌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앞마당에 널려 있는 빨간 고추와 고소한 향내를 풍기는 참깨가 행복을 말하고, 활력 넘치는 김장 무와 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을 보니 머지않아 서리가 내릴 것이다.

어느 해던가 국화 꽃 향기 가득한 함평의 꽃 축제장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갔더니 환하게 웃으며 이곳이 천국이여 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