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지역작가의 창작 의욕 고취 및 지역 독서문화 발전을 위해 오창 호수도서관이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다. 작가들이 시민들에게 작품을 알리고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내가 작가라고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작가 소리 들을 만큼 치열하게 창작활동을 하였는지 고민하다가 내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느껴지고 스며드는지 궁금했다. 작가는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보통 예술가라고 하면 통칭이고, 어떠한 창작 활동을 하든 다 작가라는 말에 용기를 냈다.
수필이 일상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내면의 생각들을 제 방식대로 펼쳐내는 글이다 보니 수필집 한 권을 읽고 나면 작가를 환하게 꿰뚫게 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작가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 보여 속속들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벗을 듯 안 벗을 듯 살짝 가리고 있듯이 쓰는 성격이 못되니 어쩌겠는가.
본인이 읽고 싶은 구간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하거나, 책 전반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궁금한 거 물어봐도 좋고, 나를 다독여준 문장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먹을 갈다』책에 남편을 보내고 쓴 슬픈 글이 있지만 다른 글이 많으므로 걱정을 안 했는데, 한 독자가 '2월과 3월 사이'를 읽는다. 제일 개인적인 글 일수도 있고 슬픈 글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훌쩍거린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남자도 참여한 만남이다. 슬픔에 겨워 2월 30일을 살고 있다는 글을 다 읽었어도, 눈물을 훔치는 독자들 앞에서 난 울음을 꾹꾹 누르며 진행한다.
수필이 치유의 문학이긴 하나 두 시간 내내 눈시울이 붉은 독자들을 보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7~10명 정도 원탁에 둘러앉아 허심탄회하게 일상사를 나누고 글로 써 보며 토론하는 시간도 괜찮을 듯싶다. 가정사에 풀리지 않는 일을 작가에게 이야기하면 무언가 정답을 제시해 줄 것만 같은 희망의 끈을 가지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독자도 있다.
모르지만 아는 것 같은 이웃, 내 언니 같은 작가와 만나 따뜻한 국밥같이 따순 이야기들을 나누며 고단했던 내 일상을 돌아본다. 어쩌면 훌쩍이는 눈물 속에 그동안 힘겨웠던 삶을 다독이는지도 모른다. 『먹을 갈다』책의 독자들은 다 한바탕 울었다고 한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단다. 울었다는 제목은 다 다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며 가슴속에 눌려있던 눈물샘이 폭발한다. 그러면서 치유가 된다.
누구나 글쓰기가 가능할까.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이야기다. 하고 싶은 말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 잊어버린다.
책을 읽다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작가의 삶을 통해 나만의 꿈으로 만나는 것, 그것이 문학이 아닐까. 문학은 내 주변의 작은 것들을 꼼꼼히 살피는 데서 시작된다. 관찰력이 생기고 글처럼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게 된다. 생의 글쓰기는 그래서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작가의 생각을 듣는 것은 작품을 읽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다. 작가의 인생, 책 속 궁금한 이야기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작가와의 데이트. 내 문학세계와 인생에 참여해 준 독자들의 한 분 한 분 보석 같은 말과 표정에서 난 행복했다.
볕 좋은 가을날, 새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