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천지가 늙어가는 쓸쓸함과 시드는 꽃, 지는 달을 바라보노라니 겨울의 문턱 입동이다. 계절이 스쳐 간 여운 속에 마음은 마냥 아쉬워만 가고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먼 산등성이엔 벌써 가을이 익어버렸다.

초겨울로 성큼 다가서자 기온이 뚝 떨어져 서리까지 내렸다.

포도 위를 뒹구는 낙엽은 겨울을 알리는 듯 행인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흩어져 쌓이는 낙엽 속에 세월도 가고 부서지는 가을 햇볕 속에 겨울이 묻어오고 있다. 이제는 입동(立冬)! 겨울이 문턱에 접어든다는 날이다. 노란 황국화는 찬 서리에 잎을 떨고 키가 큰 코스모스가 고별 인사를 하고 있다. 만추의 국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옥파 이종일 선생 생가지에서 열리는 '꽃과 바다 태안 국화 축제"에 다녀왔다.

가을의 태안을 상징하는 이번 국화 축제는 매년 개최돼 군민과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해부터 태안군 주관행사로 전환돼 올해는 더욱 즐길 거리가 풍성했다.

이번 축제에는 '원북으로의 초대'라는 부제아래 태안 8경, 독립문, 주꾸미 꽃탑, 대형 하트, 각종 애완동물, 한반도 지도 등 국화꽃으로 장식된 다양한 조형물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그렇다. 국화는 서리를 맞아도 꺾이지 않는다. 절개나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은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꿋꿋하게 이겨 냄을 말한다.

그래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이자 1898년 순수 한글 일간지인 '제국신문'을 창간한 독립운동가 이종일 선생의 생가지를 돌아보는 역사교육의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

이종일 선생은 3·1 독립운동의 맨 앞줄에 서서 민중을 이끌며 역사의 제단에 한 몸을 바쳤고, 일제의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아사순국(餓死殉國)의 대도(大道)를 가신 숭고한 분이시다.

축제장 내에는 농. 특산물 홍보매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목각, 도공, 서예등 특색있는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있어 우리에게 색다를 즐거움을 선사했다. "오늘도 당신과의 인연~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며"라고 쓴 목각의 글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에, 인생의 서글픔이 골수에 사무치는 우수의 계절이다.

지금 초겨울의 문턱에선 나의 내부도 드높은 구름 조각들이 흩날리는 공중의 하늘처럼 항상 푸르게 열려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국화 축제를 통해 역사와 문화 그리고 힐링이 어우리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지쳤던 심신을 위로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가을 산은 못사는 친정집 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다.

온갖 실과가 넉넉하게 열리는 가을 산의 풍성함을 일컫는 말이다.

가을 산처럼, 넉넉하고 풍성하게 많은 열매는 새에게 좋은 먹이가 되는 것처럼 오늘 하루도 우리는 좋은 생각만 하며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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