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뉴스 특보.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했다. 사망자 120명 부상자 100명 젊은이들이 이태원에서 핼러윈 데이를 즐기다 압사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다. 긴급한 상황이 화면에 비춰지며 용산 소방서장의 브리핑과 보건소장의 환자들의 응급상황을 전한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서울에 있는 손자의 안부가 궁금하여 전화를 걸었다. 한밤중인 2시 20분. 어미의 전화를 자다 깨서 받는 딸에게 상황을 알리고 큰손자가 집에 있는지부터 확인 했다. 다행이 큰 손자는 강원도로 여행 중이라고 한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쓸어내렸다.

전국에서 20대 아이들이 이태원으로 몰려와 핼러윈 데이를 즐기다 일어난 참사 상황을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자식을 돌보다보면 사고란 예고도 없이 순간에 일어나곤 했다.

핼러윈 이란 뜻이 궁금했다. 컴퓨터를 열고 검색창에 핼러윈의 뜻을 알려 달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컴퓨터는 친절하게 핼러윈 데이의 뜻을 알려 줬다.

핼러윈이란 성인이란 뜻이고 11월 1일이 모든 성인의 대축일인데 그전야제로 즐기는 데이라고 한다.

예쁘게 조각한 호박 등을 만들어서 촛불을 켜기도 하고 호박 안에 사탕과 초코릿을 담아서 서로 나누며 즐기는 영국과 미국에서 10월 마지막 날 즐기는 큰 축제라고 한다. 그밖에 핼러윈의 전설까지 자세하게 컴퓨터는 알려 주었다.

이태원 골목길에서 일어난 참사로 비명소리와 함성 아비규환의 거리를 상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위급한 상황을 전하는 텔레비전에 대통령의 모습이 비춰지고 직접 비상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120명의 사망자의 가족들은 아마도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분도 있을 것이고 지금 나처럼 특보를 접하고 전화를 걸어 집나간 자식을 찾느라 애가 타고 있지 않을까.

인간은 모두 이기적인 동물이다. 좀 전의 나의 행동이 부끄러운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꽃봉오리 같은 청춘들이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현장을 지켜보며 내 손자만 챙긴 할미였다. 그래서 인간은 속물이라 하였나 보다.

내게도 어미 가슴을 무던히 까맣게 태우는 아들이 있다. 군인간 아들이 축구를 잘해 포상 휴가를 왔다. 친구들과 어울려 휴가를 즐기던 중 사고가 났다. 그때가 겨울이었다.

. 대학가에서 친구들과 길을 걷다 승용차가 달려와 피하려다 인도 턱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넘어졌단다. 이가 5섯 개나 나가고 턱뼈가 반 토막이 났으며 볼의 근육이 찢어져 수술을 하게 되었다. 다행이도 앞으로 넘어져 얼굴이 깨지는 사고이었다며 뒤로 넘어졌다면 사망 했을 것이라며 의사가 나를 위로 했다.

그 상황을 부대에 알리니 군인 신분이라 의료보험이 적용 안 될 것이니 군으로 후송을 하라고 했다. 아들은 대대장 운전병이었다. 어미인 난 얼굴이 엉망진창이 된 아들을 군에 보내고 잠을 잘 수 없다고 사정을 했다. 사비가 들어가더라도 다 부담을 할 것이니 어미 곁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다. 사고 부위가 얼굴이고 심각한 상황임을 배려해 주어서 집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턱뼈가 붙을 때까지 입을 움직일 수 없게 꽁꽁 묵어 놓고 20일 동안 밥을 먹이지 않았다. 부러진 이 사이로 빨대를 이용해 스프를 먹이려 했지만 그도 용이하지 않았으니까.

주사약으로 영양을 보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고 부대로 복귀하게 되었다. 경기도 연천 부대는 하늘만 빠꼼히 보이는 최전방이었다. 성치 않은 아들을 부대에 데려다 주고 제대 할 때 까지 눈물에 밥을 말아 먹었던 추억이 새롭다.

이태원에선 길바닥에 환자를 뉘이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과 들것에 사람들을 후송하고 있다. 살려달라는 비명소리와 아비귀환의 현장이 떠올라 도저히 잠을 청 할 수 없어 꼬박 날 밝기를 기다렸다.

세월호 사고가 난지 8년 그때도 이랬다.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초조한 마음으로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유로운 영혼이 좋다며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낳지 않는 현시대에 미래를 짊어지고 갈 꿈나무들이 저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다니 비통한 마음 감출 수가 없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안전하게 지켜 주지 못한 현실을 우리는 깊이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현장에서 환자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소방대원들과 경찰관, 공무원 ,자원 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여기저기 병원마다 응급환자가 밀려들고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얼마나 애를 쓰고 있을까.

날이 밝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여기저기 빈소가 차려지고 있다. 국가는 차분한 마음으로 사고를 수습하며 고인이 된 젊은이들의 넋을 달래 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영안실마다 부모들의 통곡 소리가 흘러나온다. 하늘도 땅도 슬퍼할 일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위로의 조전이 날아오고 애도의 물결이 흐른다. 열악한 환경에서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잠든 청춘들의 명복을 빈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세상이 어지러운 틈을 타 북한은 호시탐탐 남침을 하고 싶은지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당파 싸움을 멈추지 않고 싸우고 있고" 네탓 내탓" 책임공방에 또다시 싸움은 시작되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분노가치밀고 있다.

그날의 참상을 떠올려 보라 지금 누구를 꾸짖을 때인가. 잘 한 것도 모두 없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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