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달걀꾸러미 들고서는 성(城) 옆에도 못 지나갈 사람이란 말이 있다. 그는 성이 허물어지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달걀이 깨질까봐 먼 길로 돌아서 갔단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有備無患)해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주 안전한 길을 찾아서 지나갔으리라. 고전적 안전수칙을 지킨 게 그렇게도 어리석은 짓이었나?

애를 둘러업고 장짐을 머리에 이고 한 손으론 들고서 동네 앞 실개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던 애기엄마가 판판한 돌 밑을 고인돌이 빠져 흔들리는 것을 모르고 건너다가 중심을 잃으면서 물에 빠지는 낭패를 당했다. 앞서가던 장꾼들은 아무 일없이 잘도 건넜는데, 애기엄만 초행이었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했는데.

대낮에 등불 들고 다니는 이는 언제 부딪힐지 모르는 사람의 안전을 배려함이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 아이는 달려오는 차 운전자와의 안전을 약속함이다. 누구일지 모르는 사람의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너무 지나쳤나?

생활 속 안전이 이렇게 중요하기에 국민들이 위험하거나 사고 날 염려가 없이 편안하고 온전하게 잘 살도록 행정을 해달라고 행정안전부를 설치했는데, 그 쪽 사람들은 정년까지 일자리나 단단히 잘 지키라는 말로 오인했었나?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한껏 높아졌었는데, 그 수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백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에 대해 뼈저리게 사무친 반성과 투철한 의식개선으로 안전사고예방 생활습관의 틀이 잡히나 했는데, 실천하려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안전의식이 무관심과 함께 망각 쪽으로 선회하더니 하루가 멀다고 소?대형의 안전사고가 줄을 이었다.

봉화 아연채굴광산 매몰사고로 지하190m 갱도에 고립되었다가 국민들의 간절한 생환기도 중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조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고 매몰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세월호 침몰참사나 이태원 압사참사 등도 한번 두드려보기만 했어도 …..

모든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나지만, 조금만 관심 기우려 살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들이기에 인재(人災)라고 한다. 반드시 지켜야할 안전수칙의 불이행에서부터 담당자의 책무 소홀과 관련법령의 미비, 업무의 준비와 확인의 오류, 불량자재활용과 노후시설사용, 인력부족과 과로, 다중하청과 부실공사, 안전 불감증과 안전의식 부재, 지시명령전달체계의 혼선, 사후약방문이지만 사고재발대책추진의 지연이나 불이행, 책임전가 등이 한 몫을 한 것이다.

이런 사고의 대부분은 사람의 잘못으로 사람이 피해를 입으니 그 피해의 책임자도 사람이다. 그가 열 번 백번 책임을 진다해도 죽은 사람이 살아올 수는 없는 일이니 참으로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가족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는 청천벽력에 유족은 망연자실한다.

예견된 사고는 방재대책부재이니 책임자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겠지만, 사퇴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 잃은 외양간은 다시는 잃지 않도록 잘 고치는 일이 먼저다.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안전취약점을 미리미리 찾아서 대책을 세워 추진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당장 절대로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 후 대통령의 약속대로 법과 규정과 시행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불안사항들까지 철저히 체크하여 관리한다면 같은 사고의 재발은 물론 추가되는 비용은 재해로 인한 피해액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투자가 인색해서야 되겠는가? 목숨보다 더 중한 게 뭐가 있다고.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돌다리(安全對策)도 없는 개울을 빠지지 않고 건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적극적으로 염려하고 구상하여 실천하는 그런 제도와 정치와 행정으로 국민들을 잘 지켜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고로 천수를 못 다한 고인과 그 가족들의 한결같은 간절한 소망은 "제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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