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온산이 고운 단풍으로 물들어 마치 산허리를 아름다운 병풍을 둘러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 데 어느새 바람에 뒹구는 낙엽을 자주 볼수 있다. 왠지 내 곁에서 가을이 멀어질 것만 느낌에 익어만 가는 가을이 밉다.

아마 초가을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직장에서 퇴근한 안식구가 느닷없이 여보, 당신 방에 좀 책 정리 좀 해요, 방인지 서고인지 도대체 정신이 어지러워요, 참, 알았어요? 하며 신경질적인 말투다. 듣고 보니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데나 책을 던져놓고 도대체 정리습관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 다음날 큰 맘 먹고 책을 정리하는 중에 눈에 띠는 책이 있었다. 전광님이 쓴 '평생감사' 라는 제하의 책이었다. 속으로 아니 감사는 감사지 뭐 평생감사(?), 호기심이 생겨 도대체 무슨 내용인데 하며 집었던 책을 열어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다. 너무나 감동이었다. '인생을 감사로 물들여라' 생각해 볼수록 의미있는 글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 먹었다. 메모장을 준비하여 매일 일기 형식은 아니지만 잠자기 전 약 10분정도의 시간을 내어 그날의 감사한일을 찾아 메모형식으로 대여섯가지정도 쓰기 시작했다. 비록 메모의 형식의 일기지만 어쩌면 그날 그날의 우리의 삶이요, 발자취요, 자신의 역사다. 그것대로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가 있는 나날들을 별다른 생각없이 매일 그냥 하루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기에 그날의 삶을 진실되게 성찰하고 잃어버렸던 감정도 되살리면서 내일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에 일기는 참으로 나 자신을 이끌어 가는 지침서요, 나침판이 되기에 더욱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감사일기는 이 순간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작은 일에서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혹자가 말한 것처럼 어떠한 일도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가 무심코 당연하게 여겼을 뿐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감사하고, 건강한 신체가 있어서 감사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어서 감사하고 , 대화 할 수 있는 친구, 동료가 있어 감사하고, 나의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는 리더가 있어 감사하고, 오늘도 무탈하게 평범한 하루를 보낼수 있어 감사하니 모두가 감사뿐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물론 특별히 좋은 일이 있어 감사하는 것은 말 할 것 도 없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그렇다. 감사일기를 통해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사물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 줌은 물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를 가져올수 있어 좋다. 비록 감사가 담긴 짧은 메모 형식의 일기지만 강력한 한 줄 한줄 마다 진실함으로 수놓아져 있어 일상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스스로의 인생은 물론 우리와 가까이 있는 사물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좋은 일들을 불러온다. 일이 잘 풀리면서 자신감도 상승한다. 자신감은 어떤 일에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힘이 된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감사일기를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말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억지로 찾아낸?감사의 씨앗이, 어느새 내 삶 깊숙히 파고들면 그것이?조금씩 나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고 싶다. 그러기에 감사일기의 힘은?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기꺼이 메모 형식의 감사일기를 적는다. 오늘따라 불현 듯 혹자가 감사는 우리의 잠자는 행복의 거인을 깨우는 자명종과 같다고 한 말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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