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병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차츰 추위가 더하여 가는 이즈음, 이해도 황망히 저물어 간다. 한 장 남은 카렌다를 들여다보며 가슴 밑바닥에 감미롭게 침전되는 지난 열두 달의 앙금들을 헤아려 보는 때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벽에는 빛바랜 한 장의 카렌다가 걸려있고 그 계절이 지나가는 뒤안길에 서서 서러움과 아쉬움을 함께 느끼던 날, 천안 광덕에서 『청운회』 모임을 갖었다.

꿈많던 전문대학 시절 청운(靑雲)의 푸른 꿈을 안고 창립한 『청운회』는 올해로 49년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으니, 우리 청운회의 역사는 벌써 거의 다섯 번이나 변한 셈이다. 이처럼 청운회는 그 어느 친목 단체보다도 명실상부한 친목회라고 자부해 본다. 이는 오직 친목과 우정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우정을 나눈 회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친구가 있어야 하고 건강해야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 회원 상호간(相互間) 친목 도모로 더욱 돈독히 우정을 나누는데 앞으로도 계속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할 것이다.

서로 관심과 사랑으로 친목 도모에 노력할 때 『청운회』는 더욱더 발전하고 화기애애한 모임이 되리라 확신한다.

오늘 하루도 마음과 뜻을 같이하여 손에 손잡고 진지한 대화와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보람 있고 알찬 하루를 보내야 할 것이다.

저녁 식사는 계룡산 한우작목반 직판장 광덕점에서 맛있는 한우 등심을 구워 먹으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로 웃음꽃을 피웠다.

저녁에는 숙소에서 밤 깊도록 부부간의 갈등들을 논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들의 좋은 조언에 많은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필자는 아직까지 인생을 헛살았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앞으로는 헛된 인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아침, 날씨는 약간 쌀쌀했지만 청명하여 어디론가 떠나기에 좋은 날이기에 우리 일행 모두는 광덕을 출발, 온양 현충사로 향했다.

현충사는 1973년 학창시절에 청운회원들과 처음 와 본 후로 49년 만에 다시 찾아왔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현충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나라 사랑 정신을 널리 알리고 이를 되새기는 곳이였다.

1706년(숙종32)에 아산 유생들이 조정의 허락을 받아 세운 사당이며, 1707년 숙종임금이 현충사(顯忠祠)라는 현판을 내렸다고 한다. 이후 여러 가지 사연들을 거쳐 1932년 6월에 현충사를 다시 세우게 되었고, 1966년부터 1974년까지 현재의 현충사를 다시 세웠다고 한다.

해마다 충무공이 태어나신 4월 28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여 다례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49년 전의 추억을 되새기며 충무공 이순신기념관을 거쳐 충무문을 지나 충무공 고택, 이순신 장군사당을 참배하고 현충사를 뒤로했다.

무언가 조급하고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지만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각,

창문을 내려 마음을 다듬고 지나간 한해를 더듬어볼 그러한 시각.

주름진 옷을 다림질하듯, 구겨진 세월의 주름을 펴자. 아쉬움 같은 것을 남기고 한 해가 또 저무는 시점이다.

최병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최병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그 숱한 사랑과 미움, 감사와 원망, 주림과 아픔과 아우성을 내일에 이으며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하루 하루가 괴롭로 힘겨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해가 추억에 남기고 싶도록 행복했던 사람도 있겠지만 영원히 없었던 것처럼 흘려 버리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새 삶의 희망과 새날의 기대를 남긴 채, 태양은 무신경하게 윤회하며 임인년을 재촉하고, 밤의 은성(銀星)들이 이를 아쉬워 한다.

함성이 들리는구나. 환희와 희망을 향한 함성이 말이다. 그 함성 속엔 우리의 또 다른 사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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