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지현 아동주거권보장네트워크 충북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팀장

올해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의 기간 동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에서는 영동에 살고 있는 조손가정의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집다운 집으로" 주거환경개선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대상 아동은 오래된 흙집에서 생활하며, 별도의 욕실공간이 없어 이웃집의 욕실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위생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욕실과 화장실의 구비 등 주거환경의 개선이 시급했다.

초기 화장실 개보수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설계자와 시공자의 여러 차례 현장방문과 협의를 과정을 통해, 조부모 소유의 토지에 주택을 개축하는 방향으로 규모 및 방향이 변경되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자체와의 협약을 통해 지원을 요청하고 지역사회를 참여시켜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공주님 방이었으면 좋겠어요.'

경사가 있는 아담한 마을 안쪽에 위치한 대지는 남동쪽이 높고 대나무 숲이 조성되어있는 곳이었다. 전면의 조망에 비중을 두고 주택 전면은 가로로 열린 창으로 실내에서는 개방감을 주고, 실외에서는 안전함을 강조하였다. 대나무 숲을 마주하고 있는 배면은 세로로 찢어진 창을 규칙적으로 배열하여 내부에서는 리듬감을 주고, 대나무의 세로선을 차용하여 외부공간을 내부로 끌어들이도록 하였다.

조부모의 방은 거실과 유연하게 열어놓아 다소 좁은 공간을 복합적으로 사용에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방 안쪽으로는 시선을 차단하여 사적인 영역을 확보하였다. LDK(Living- Dinning-Kitchen, 거실-식당-주방)가 "ㄴ"형태로 구성되어 주방작업 동선과 거실이 교차하지 않아 좁은 면적이 기능적으로 분리되어있다.

현관에서 좌우로 각각 조부모 공간과 아동공간을 분리하여 위치하고, 아동의 영역에 화장실과 욕실을 두어 독립된 단위 공간을 구성하였다. 어린이에서 숙녀로 커갈 아동을 위해 파우더룸을 만들었으며, 샤워실-세탁실의 구성을 연결하여 실용적인 공간구획을 하였다.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아동의 요구에 아동의 방앞으로 넓은 데크를 배치하고, 현관 부분과는 높이차를 두어 공간을 분리하였다.

사회적으로 적절한 주거권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최저기준으로 제시되는 법률적 설정은 가구 구성별 최소 주거면적과 용도별 방의 개수, 필수적인 설비 기준, 구조 성능 및 환경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최저기준의 상향으로 구체적인 주거환경의 최저선을 논하는 이때, 정량적인 상향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정성적인 상향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동의 주거환경은 물리적인 적절한 공간제공뿐만 아니라, 아동의 정서적 성장에도 영향을 준다. 아동의 눈높이에서 아동의 목소리로 아동의 주거권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좋은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성장이 될 것이다. 학교와 유관기관에서는 아동권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아동의 4대 권리인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의무가 있다. 특히 아동주거권은 기본권 중 생존권에 주요하게 포함될 수 있는 요소다.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주거권이 중요하지만 특히 자라나는 아동들에게 주거권이 중요함을 인식하게 하는 등 아동들과 밀접한 교육기관에서는 어린이재단과 같은 NGO들과 연대하여 아동들이 권리에 대해 스스로 알게 할 수 있는 생생한 교육과 체험을 진행하면 하는 바람이다.

이지현 아동주거권보장네트워크 충북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팀장
이지현 아동주거권보장네트워크 충북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팀장

아동의 주거환경은 양육자에 의해서 결정되어질 수 밖에 없다. 아동의 주거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함께 움직여 줄 힘이 있어야 한다. 한 아이에게 집다운 집을 선사해주기 위해서 지역의 공무원 선생님은 아동을 지나치지 않고 어린이재단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지역의 여러 기업에서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아 공사비를 마련하였다. 또한 언론에서는 지속적인 캠페인 홍보영상을 통해 지역사회의 참여를 유도했으며 한 봉사단체에서는 앞으로 꾸준히 난방비를 지원해주기로 약속하였다. 이웃들은 아이방에 꾸며놓을 예쁜 인형들을 선물하였다. 아이는 벌써 친구들에게 새집을 자랑했다고 한다. 조촐한 입주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나에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해주는 아이의 목소리가 유난히 밝고 높다. 함께 한 분들이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을 선물해준 것이 아님을 아이의 목소리에서 실감한다.

행동하는 어른이 될 기회를 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감사하고 아이를 예쁘고 밝게 키워주신 조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