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꽃순·꽃별·조팔구 '추억의 각설이' 돌아왔네

편집자

'얼씨구씨구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설고 중장년층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각설이 품바타령이 각종 축제와 행사장에서 부활하며 흥을 돋우고 한을 풀어주는 새로운 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우연히 품바타령에 반한 팬이 개설한 '품바꽃순이팬카페'의 경우 450명의 회원이 5년째 꾸준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각종 행사장에 동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청주시 오창읍에 거주하고 있는 품바 꽃순이와 꽃별이가 속한 '번개공연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 번개공연단은 꽃순이(본명 이귀현·50)와 꽃별이(본명 안소윤·45), 조팔구(본명 배경철·49)씨 세명의 멤버로 이뤄져 있다. 현재 꽃순이인 이귀현씨와 꽃별이인 안소윤씨는 부부사이로 청주시 오창읍에 거주하고 있으며 조팔구씨는 대전에 거주하며 축제 섭외가 오거나 행사 스케쥴이 잡히면 '번개'처럼 번쩍 모여서 공연을 함께 하고 있다.

처음 번개공연단은 24년차 품바 꽃순이의 원맨쇼로 시작됐다. 꽃순이 이귀현씨는 20대 중반 레스토랑 주방일부터 웨이터, 자동차 정비, 카센터 아르바이트, 막노동 등 안해본 일이 없었다. 다양한 일을 경험해봤으나 적성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시장을 지나는데 리어카를 갖고 다니며 품바타령하는 사람을 보고 '드디어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통째로 사버리고 난장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서울에 거주했던 그는 봉천시장, 수유리 시장, 모래내 시장 등을 돌며 엿을 팔며 인맥을 쌓았다. 그렇게 만난 인연들을 통해 전국 축제와 행사장으로 발을 넓혔다.

"난장쪽에서는 '살살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신 분을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게 됐다. 가게 오픈 이벤트부터 공주 백제문화제, 진주 개천예술제 등 안다녀 본 곳이 없다. 축제장의 경우 사람이 많아야 흥이 나고 흥행성적(?)도 좋았다. 동학사 벚꽃축제의 경우는 품바팀만 10여개 팀이 모여 선의의 경쟁을 하며 모객에 나서기도 했다. 각 공연단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나름의 멋이 있다. 저희 번개공연단의 경우 노래와 패기를 무기로 활기찬 기운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공연단 스스로 신이 나고 재미있어 하는 걸 관객들이 먼저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품바, 각설이라는 키워드가 현재에는 어떻게 변화됐을까. 이귀현씨는 품바타령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각설이 품바타령이 레퍼토리가 있었는데 시대도 달라지다보니 요즘 행사장에서는 하루에 한번도 안부르는 경우도 있다. 지금의 관객들은 노래위주로 감상하는 걸 좋아하고 흥이나 재치넘치는 무대를 선호하는 편이다. 빠른 템포의 노래와 만담으로 시작해 관객과 소통하다보면 반드시 웃음포인트가 생기기 마련이다. 대화를 나누다가 웃음포인트를 잡고 대화를 이어가는데 수위가 높은 대화나 허구의 이야기 등으로 무대를 재치있게 꾸며가면 만족해하신다."

꽃순이의 단짝이자 배우자인 꽃별이 안소윤씨는 공연단에 합류한지 5년차다. 품바타령하는 남편을 한때 만류한 적도 있다는 그녀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번개공연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생산직 근로자로 성실하게 근무했다. 하지만 병원을 달고 살았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면 뚜렷한 병명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매일 아팠다. 나중엔 이석증도 오고, 갑상선항진증까지 발병하면서 꽃순이에게 '나는 품바는 안하고 전국 따라다니면서 놀러다니면 안되냐'고 얘기했다. 그렇게 따라나선 길은 여장을 하는 꽃순이를 대신해 꽃별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다. 행사장 가서 만담도 하고 엿도 팔고 노래도 하며 다니다 보니 병원갈 일이 없어졌다. 팬들이 왜 품바공연에 빠져드시는지 몸소 체험했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카페 '품바꽃순이팬카페'는 정회원이 450명, 유튜브 채널 '품바 꽃순꽃별tv'는 구독자수만 3천200여명에 달하며 조회수만 180만회를 육박한다. 꽃순이에게 인기비결에 대해 물었다.

"저희 공연은 중장년층이 많이 선호하신다. 특히 50대이상 여성들이 많은데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으나 우울증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다. 갱년기를 겪으며 몸과 마음의 변화로 지쳐계시고 장성한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퇴직한 남편과의 갈등 등 다양한 이유로 웃음을 잃어버리셨다. 우리 공연을 함께 하시면서 활기차게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박수도 치며 한바탕 웃다보면 '삶의 활력을 얻었다'는 평들을 많이 해주신다. 각설이의 품바타령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속을 터놓고 근심을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신명나게 한판 놀다보면 엿도 사주시고 팁도 주신다. 생의 의지를 접고 바다로 향하다가 저희의 시끌벅적한 소리에 우연히 왔다가 마음을 고쳐먹으셨다고 전화하신 분도 있다. 고맙다고 재밌다며 현금 100만원을 주저없이 내놓는 분도 있다. 우리가 즐거워하니 그 진정성을 알아봐주시는구나 싶어 보람되고 행복하다."

처음 꽃순이 공연을 보고 팬카페를 개설한 허윤정씨도 이런 사례다. 충북 제천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허씨는 지난 2018년 유난히 더웠던 7월, 영월동강뗏목축제에서 관객 너댓명 앞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모습에 감동해 후원을 자처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갑갑한 마음에 동생하고 바람 좀 쐬러 가보자며 우연히 들렀다가 여장을 한 꽃순이님을 보고 '어쩜 저리 열심히 할까?'란 생각과 함께 감동한 이후 검색해서 쭉 찾아보게 됐다. 그해 추석즈음에 팬카페를 만들겠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이 날 수 있다며 망설이셨다. 유명 연예인들의 팬카페처럼 순수한 팬심으로 운영하겠다고 약속드리고 시작하게 됐다. 우리 팬클럽을 상징하는 색깔이 핫핑크인데, 가수 송가인씨 팬클럽하고 같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전국 축제와 행사 스케쥴이 잡히면 번개모임처럼 카페 회원 10명이 고정으로 응원을 다닌다. 제가 가사를 쓰고 박토벤(작곡가 박현우)님한테 곡도 받아 '꽃순이' 노래도 받았다. 팬클럽 회원들은 쌀 후원 등 좋은 일도 앞장서려고 한다. 품바공연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공연하면 소음으로 수차례 민원에 시달리고,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선풍기 하나 틀 수 없고, 한겨울의 맹추위에도 난로하나 피우는 게 쉽지 않다. 관객들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돕고 '살고싶다'는 의지를 생기게 하는 번개공연단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꽃순이와 꽃별이 조팔구님이 더 많이 사랑받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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