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절반 '친밀 관계' 발생… 사회적 범죄 인식 필요

편집자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젠더 폭력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여성이라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청주복지재단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 폭력 현실을 짚고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 등을 처벌하지 못하는 법·제도 한계 그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대담을 마련했다. 패널에는 한영숙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장, 장수미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봉선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지난달 15일 청주시 서원구 복지재단에서 '젠더폭력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대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성현
지난달 15일 청주시 서원구 복지재단에서 '젠더폭력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대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성현

 

친밀한 관계에서 젠더 폭력 현황은?

▷한영숙: 친밀한 관계 젠더 폭력은 신체적·정서적·경제적 학대 또 통제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제 기준에 맞춰 우리나라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의한 실태조사가 작년에 처음 진행됐는데 여성폭력 피해 경험 46%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특히 그동안 조사에서 누락됐던 '데이트폭력'은 14.3%였고 데이트 폭력 경험자 중에는 성적 폭력이 가장 많았다. 스토킹도 2.5%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은 통계가 이제 막 구축되는 단계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장수미: WHO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30% 정도가 친밀한 관계에서 젠더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되는 폭력은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미국과 우리나라 가해자 연령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훨씬 높다.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나라 피해 여성들은 신고를 하지 않다가 결국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 신고된 통계치보다 폭력 발생 비율은 더 많다.

▷박봉선: 청주시 가정폭력 발생 건수는 2021년 2천998건 그리고 여성 피해자 수는 373명, 검거건수는 564건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같은 경우 범죄가 실제로 발생해도 용의자 신원파악 등이 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 통계 집계가 어렵다. 게다가 친밀한 관계에서 젠더 폭력은 '사랑싸움'으로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통계보다 더 많은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젠더폭력 예방을 위해 현재 정부·지자체·관련기관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한영숙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장  /이성현
한영숙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장 /이성현


▷한영숙: 성폭력 방지법은 1995년, 가정폭력 방지법은 1997년, 성매매 금지법은 2004년, 여성폭력 기본법은 2018년에 도입됐다. 또 2021년에서야 온라인 그루밍에 관련법도 생겼다. 결국 문제가 터진 뒤에야 법이 제정돼 왔다. 그런 차원에서 여성가족부 2021년 실태조사에서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이 포함된 것은 반길 일이다. 다행히 경찰도 민간기관과 협력해 젠더 폭력 피해자를 최전방에서 보호·지원하고 있다.

▷장수미: 이전까지는 가정폭력 경우 경찰이 출동한 뒤 되돌아가는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이 생긴 이후 피해자를 지역사회 기관에 연계 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적극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이제는 폭력에 대한 시각을 확대해 점차 피해자 인권 보호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박봉선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이성현
박봉선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이성현

▷박봉선: 청주시에서도 아동·여성 보호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관련된 시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관련 법 조례와 양성평등 기본 조례를 제정해서 시행 중이다. 또 관련 기관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젠더폭력 예방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한영숙: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권리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피해자 안전한 생활을 위해 가해자 제재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제'가 반드시 폐지해야 된다. 외국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 '의무체포제', '의무기소제'가 시행되고 있다. 제도 개선이 어렵더라도 가해자에게 GPS를 달아 접근금지 구역에 들어왔다거나 주변을 배회하면 피해자에게도 알람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수미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성현
장수미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성현

▷장수미: '가정폭력 방지법'은 1997년에 제정돼 도입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가정폭력 비율은 점점 증가 추세다. 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법이 처벌법과 보호법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문제다. 방지법은 여성가족부가 처벌법은 법무부가 처리한다. 결국 해결과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관련 법안이 통합돼 형사·민사·전달체계·사례관리까지 아우르는 법이 구축돼야 한다.

▷박봉선: 우리나라도 현행법으로 가정폭력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고 후 경찰이 출동해도 이미 상황이 종료돼 있거나 도주·증거 인멸 우려가 큰 범죄로 인식되지 않아 현행범 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가해자를 반드시 체포하고 접근 금지 명령 등 입법 정책이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친밀한 관계에 대한 정의도 과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다양한 친밀 관계가 형성되는 현대 사회서 파생되는 젠더 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

 

젠더폭력 피해자 및 가해자를 위한 지원방안은?

한영숙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장  /이성현
한영숙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장 /이성현


▷한영숙: 피해자 권리 회복 차원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 젠더폭력 피해자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을 때 1순위가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라고 답했다. 2순위는 지원기관 상담 및 심리치료, 3순위가 의료 수사·법률 지원이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한데 지역에 상담 기관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장수미: 청주시 여성폭력 피해 지원기관 평균 운영 기간이 17년 5개월로 상당히 긴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담당자 한 사람당 평균 사례 관리 건수가 66.8건이나 된다. 인력이 부족하면 피해자 지원 서비스 질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위해서는 지원기관 인력 보충이 시급하다. 또한 가해자들도 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자인 동시에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박봉선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이성현
박봉선 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이성현

▷박봉선: 피해자마다 증상 개인차가 크고 독특한 양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피해자 고통을 줄이고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일률적인 지원이 아닌 개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젠더폭력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마지막 한마디

▷한영숙: 젠더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성차별적 사회·문화 구조를 인정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1차 예방에 주력한다. 우리나라도 '여성 폭력·젠더 폭력을 용인하지 않겠다'라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장수미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성현
장수미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성현

▷장수미: 젠더 폭력은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성불평등 문제다. 위계나 힘 불균형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 폭력이다. 우선적으로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고 이후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들도 신고를 망설이지 않을 수 있다. 국가가 나서서 젠더 폭력 예방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박봉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젠더 폭력은 피해자가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도 단순히 개인 대 개인 감정 문제가 아닌 범죄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지인까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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