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가을을 보내며 남이섬을 갔다. 이곳은 대학 시절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스쿨 버스타고 가을 야유회를 가면서 처음 갔는데, 그때 파트너가 통기타 반주에 '긴머리 소녀'를 불렀다. 그때의 파트너인 옆지기와 오랜만에 남이섬에 가서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 최지우도 만나며 추억을 찾아 방문했다.

선착장에 내려 남이 장군 묘소를 참배했다. 청평호수 위에 떠 있는 남이섬은 14만 평으로 남이 장군 묘가 있어 남이섬이라 부른다. 남이는 조선 세조 시기 활약한 무신으로 이시애의 난 때 활약하며 승승장구하던 명장으로 당대 최연소 병조판서까지 오른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세조 사후 예종 때 반역죄에 휘말려 쓸쓸히 사망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화성시 비봉면에 비운의 남이장군 묘가 있고, 강원도 남이섬의 무덤은 가묘다.

이곳은 1960~90년대에는 최인호의 <겨울나그네> 촬영지 및 강변가요제 개최지로 행락객들의 유원지가 되었다. 남이섬은 2001년 12월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대만, 일본, 중국, 동남시아권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최근에는 북미, 유럽, 중동에서의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관광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겨울연가 촬영지를 둘러보니 여러 가지 흔적이 남아있다. 남이섬은 은행나무가 유명했는데 요즘은 잣나무길, 메타세콰이어길도 생겨서 연인들이 자전거 타고 사진찍기에 분주했다. 이곳은 한류 덕분에 방문객이 무척 많은데, 일본,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관광객을 많이 만났다.

만추(晩秋)를 즐기며 벤치에 앉아 시(詩) 한 편을 다듬었다. '만추의 계절/ 장군의 정기가 있는/ 남이섬 선착장 서니 (중략) /배용준 최지우/ 눈 내리던/ 겨울연가/(중략) / 대학 기숙사 시절/ 남이섬 야유회/ 통기타 음율에/ '긴머리 소녀' 파트너/ 그때를 회상하며 함께 걸었다.'

남이섬을 방문 후 근처에 있는 자라섬을 갔다. 이곳은 동도, 서도, 중도, 남도 등 4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라섬은 캠핑으로도 유명하지만 2004년부터 열리고 있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필자의 지인 송영수 작곡가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대회 위원장을 해서 가보고 싶었다. 근처 실내 식물원 이화원을 가보니 잘 가꾸어서 방문객들 눈을 즐겁게 한다. 이번 여행 숙소는 LG그룹에 다니는 큰아들이 곤지암 리조트를 예약해주어 1년에 2~3회 간다. 가을을 보내며 많은 방문객이 왔다.

다음날 화담숲을 갔다. 겨울을 앞두고 곧 휴장한다고 하는데, 늦가을이라 나무 숲보다 민물고기 생태관 곤충생태관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배웠다. 국내 여러 곳의 식물원을 가보았지만, 화담숲은 4,300여 종의 식물을 복원하여 으뜸이다. 이곳은 귀중한 분재, 꽃, 소나무숲, 자작나무숲, 무궁화단지, 이끼류, 반딧불이 등을 보존하고, 우리의 자연자원을 잘 가꾸고 관리하여 참 좋다.

가을은 꽃대 키운 국화와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다 고개를 숙이니 가을이 끝난다. 이처럼 가을은 추억에 빠지도록 하고 향기롭게 만들기도 한다. 가을 풀을 베면 은은한 향을 풍기고, 사람도 낙엽 타는 냄새가 몸에서 풍길 때 중후함을 느끼게 된다. 필자도 그래서 학창시절 가을 추억이 담긴 남이섬에 가서 기억을 더듬고 시 한 편 글감도 얻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화담은 화합하며 말을 나누라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아호이며,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보존하고 관리하여 힐링하기가 좋다. 분주한 일상 중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불편할 때 남이섬이나 화담숲에 와서 자연을 벗 삼아 쉬고 가면 좋다. 우리 모두 자주 화담숲이나 남이섬 방문하여 고향길을 걷듯이 가족, 친구, 지인들과 정답게 이야기 나누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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