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새해에는 무엇에 도전을 할까 ?

거리에 평생교육원과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나붙어 있다. 어린나이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마치 학교를 처음 가는 아이처럼.

6.25 때 태어났다. 아버지가 안 계셔서 남동생을 돌봐주지 않으면 어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만히 지난날을 더듬어 보니 그 때는 우리 집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교를 9살에 입학을 했다. 벽에 고리 땡 새 옷을 사다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달아 걸어 놓았다. 좋아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문맹자로 살 뻔한 운명이었는데 수필집을 4권이나 만들었으니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세상이 좋아져서 부지런하고 건강만 하면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항상 배움에 허기져 있었다. 야망을 품은 난 무엇에 도전하여 목표를 달성 했을 때에 짜릿한 성취감을 느낀다. 덕분에 많은 자격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겁 없이 삼남매를 낳아 놓고 아이 교육을 바로 알고 지도 하고자 부모 역할 교육을 받았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 줄줄 아는 법을 배우고 좋은 가정 만들기 모임에 리더를 맡아 봉사 했다.

다도를 몸에 익혀 예절을 배우고 유치원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도 보람 있고, 홀로 차를 즐기며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습관을 드린다.

향교의 유교 대학을 2년 다녔다. 명심보감과 공자,맹자 순자를 들으며 슬기와 지혜를 배운다. 설 명절 때에 제사상을 차리는 일에 막힘이 없었다. 상가 집을 가서 조문을 할 때도 여자이지만 설자리 앉을 자리를 구분 할 수 있었다.

주부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일상생활에 필요한 요리를 배웠다. 요리 또한 종합 예술이었다. 맛과 향과 멋을 부릴 줄 알아야 하나의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총력을 기울여 배우고 연구하다보니 강단에 설 수 있었으며 가족들에게 인기 많은 엄마와 할머니가 되었다. 덕분에 향토 음식 연구가로 인정받아 요리사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 행복하다.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 해서 생명을 가진 식물과 친하게 지냈다. 봄부터 여름까지 앞마당의 뜰을 가꾸고 텃밭 농사를 지으며 즐거움을 만끽 했으며 겨울이면 소소한 화분들을 곁에 두고 실내에서 초원을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비싼 돈을 투자 하거나 멋진 화분은 소장하고 있지 않지만 삽목을 하여 새 식구를 늘이고 선물로 받은 난을 꽃피우는 재미는 겨울 내내 행복의 길로 인도 하고 있다.

젊어서는 왜 그리 할 일이 많던지 아내와 엄마, 사업을 하면서 손톱 여물 썰 듯 시간에 쫓기며 허둥거리며 살았다.

사업가로 성공을 하려면 앉으나 서나 제품에 대해서 끝없이 공부해야하고 재고와 직원 관리는 물론 고객 관리를 소홀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할 수 없었다. 그저 의무를 다할 뿐 남편과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음을 인정한다.

나이를 먹고 일선에서 물러나 하나하나 내려놓았더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주변을 돌아 볼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오늘도 난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 하고 싶다. 한가한 시간이면 하모니커를 들고 15개월 된 손녀를 데리고 아빠 앞에서 짝자꿍, 곰 세마리를 연주하며 놀아준다.

토요일이 되면 손녀딸들이 몰려온다. 아이들과 팥 양갱을 만들까, 한천과 젤라틴을 가지고 젤리 과자를 만들어 볼까, 궁리중이다. 가만히 지난날을 더듬어 보니 야망이 커서 신세를 볶으며 산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침이면 뒷동산을 우리 부부는 산책을 즐긴다. 그리고 경로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부담 없이 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경로당은 우리들의 쉼터요 배움터이며 놀이터이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불편한 것 없이 편의 시설이 갖추워진 경로당은 따듯하며 평화가 넘친다. 마을 사람들과 이번 설에는 조상님께 올릴 떡국을 경로당 쌀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쌀 5섯포를 방앗간으로 보냈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본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새해 모두가 행복하시기를 기원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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