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골든타임(Golden time)이란 말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이젠 널리 알려 졌으나 의외로 이를 지키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 시 이를 지키지 못하면 목숨을 잃거나 평생불구가 되기에 철저한 실천을 당부하고 있음에도 이를 잘 지켜 목숨을 구하는 사람은 열 명에 하나 꼴도 안 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이런 상황은 매일처럼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려고 사고를 당한이나 주변인들이 무진 애를 써보지만 여러 정황상 불상사를 당하기가 항다반사다. 이럴 때 사람들은 '시간이 생명'이라며 말 그대로 흘러가는 시간에 쫓고 쫓기면서 사생결단의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골든타임은 상황에 따라 짧게는 3~5분에서 길게는 3~4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가정과 일터에서, 산속이나 물가에서, 잠잘 때나 활동 중에, 혹한?서나 폭우?설에, 화재시나 밀집인파 등으로 발생한 돌발사고의 위급상황에서 응급조치로 환자를 살려낼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를 확보하는 일은 참으로 지키기 힘든 시간과의 싸움이다. 말 그대로 명재경각의 순간이기에 시간은 생명(Time is life)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세상사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다며 시간 아껴 돈 모으느라 진땀을 흘리지만, 그렇게 번 돈도 목숨이 붙어 있어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돈 모으기 전에 시간을 벌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숨길이 끊어지면 모든 것이 내게서 뚜욱 뚝 떨어져 나간다. 목숨 걸고 모으려던 재물도, 외길로 지키던 지위와 명예도, 줄 서서 기다리던 인맥도, 아침마다 찾아와 인사하던 창밖의 새들과 평생부부의 정까지도 싸악 멈춘다. 그러다 하늘이 내려 준 천수마저 놓치면 요수(夭壽)되고 마니 무한시간 중 내 몫의 일촌광음을 금싸라기 이상으로 쪼개고 또 쪼개 아껴 씀이 마땅하다.

사시(死時)를 아는 이야 여유로 시간을 즐기겠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아니던가? 그런 세월임을 알면서도 죽음에 이르면 헛되이 쓴 하루하루를 절통하게 후회하지만, 그런다고 어느 누가 자기 시간을 눈곱만치라도 양보해서 떼어주겠는가! 날 나아주신 부모님 수명을 단 한 시각이라도 연장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내 수명 깎아서 남 주는 일 아닌가?

재난 사고나 응급 의료 같은 상황에서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이 가장 적합한 때이기에 이 시간대를 두고 사람들은 금쪽같은 시간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시간을 만사를 해결해주는 돈(Time is money)이라고 했나? 아무리 그래도 돈으로 구할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시간이요 생명이다.

이태원의 군중 압사와 지하철 압사사고가 그랬고, 대형건물 화재 참사와 세월호 침몰 참사가 그랬으며, 산사태 매몰 참사와 건물붕괴 참사, 여객기의 산속추락 참사와 감염병 팬더믹 참사 등에서 수백천만의 인명이 황금 같은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어쩔 수없이 소중한 생을 조기에 마감했을 것이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재난은 철저한 안전의식의 실천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명 구조에 필요한 시간은 인위적으로 늘이거나 줄일 수가 없으니 모두가 시간을 좇아 안달하고 절규하는 것이리라.

시간이 곧 생명임을 모르는 이 또한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목숨 잃을 것을 뻔히 알면서 '설마 내가 그 0.001%에 해당되랴' 면서 위기상황에 뛰어드는 이들은 자기 생명보다도 위험에 처한 타인의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초개같이 몸을 던졌을 것이다.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태어날 생명도 소중하지만 태어난 생명을 지키는 일은 더 막중하다. 만주벌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광복 전날 밤에 적탄에 서거하신 독립투사의 생명도 하나밖에 없었고,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조창인)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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