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용서에 대하여③

그렇다. 우주는 명, 암이 있고 밤, 낮이 있고 음, 양이 있고 흔히 말하는 선, 악이 있다고 하지만, 선은 악의 희생을 먹고 산다. 선은 악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관여하지 않은 악이란 없다.

그러므로 용서할 수밖에 없다. 누가 장발장을 만들었는가. 빵을 나누지 않았던 선이었다. 누구나가 그 자리에 서면 장발장이 될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악은 나쁜 것이라기보다도 지나치거나 모자란 것이다.

다음은 중국 송나라 유학자 정명도(程明道)의 말이다.

"선은 물론 인간의 본성이다. 악도 역시 본성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천하의 선악은 모두 천리(天理)인데, 이 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본래는 악이지 않고, 단지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한 것이다." (사토 잇사이 저, 노만수 역, '언지록', 알렙, 2017.)

마하트마 간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검은 것은 깨끗하지 않고, 흰 것은 깨끗하다 여긴다. 그러나 검은 것도 자연의 배치 속에서는 흰 것이나 다름없이 덕이 되고, 제자리를 잃을 때 악이 된다." (함석헌 저, '예언자, 사람의 아들 예수, 날마다 한 생각(함석헌저작집27)', 한길사, 2009.)

그대가 똥을 밟았을 때, 그 똥을 악이라 하지 말라. 그대 삶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것이며, 또한 땅에 뿌려지면 생명에 무한한 힘을 주는 양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서 하나님은 선인과 악인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비를 뿌린다고 하는 것이다. 하나님에게 모든 만물은 차별할 수 없는 자연이고, 한 몸인 것이다. 우주, 자연은 하나됨에서 완전해질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우주, 자연의 한 부분이다. 어떤 것도 버려질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결핍의 존재인 모든 것들을 연민과 사랑으로 용서할 수밖에 없다.

함석헌 선생은 말한다.

"조명탄은 양쪽(아군과 적군)에 다 같이 빛이 되듯이, 참 속에는 옳은 것 그른 것이 다 같이 서는 것이고, 사랑 안에는 선한 것 악한 것이 다 하나로 살 수 있습니다." (함석헌 저, '간디 자서전(함석헌저작집29)', 한길사, 2009.)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한다.

"인간은 서로를 위해 태어났다. 그러니 가르치거나, 아니면 참아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저, 이동진 옮김, '명상록', 해누리, 2009.)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