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증명하듯 연결성을 중시하며 살아간다. 연결성에는 자신과의 연결성과 타인과의 연결성이 양립된다. 자신과의 연결성은 자기애로 귀결되고, 타인과의 연결성은 감정이입을 통한 역지사지와 공감을 반영하는 소통과 배려로 실현된다. 관계에서 연결성이 유지되면 유대감이 주는 평안함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살게 되지만 연결성이 단절되면 소외감이 주는 고독감으로 고통을 겪으며 살게 된다.

자기의 가치를 높이려는 마음에서 생기는 자기애는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기에 대한 사랑과 존중은 삶의 세파를 견뎌내며 자기답게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은 타인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심리학의 정설이다. 건강한 자기애가 없는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기가 그 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사람은 타인의 욕구와 욕망을 들어주기보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우선시하는 존재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라고 했듯이 악성적인 자기애에 함몰되게 되면 타인과의 연결성을 발휘하며 살기가 지난하게 된다. 악성적인 자기애에 빠져 사는 사람은 삶의 에너지원인 타인의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삶이 고되게 된다. 타인에게 마음이 열려있지 못한 체 자기 마음에만 갇혀 사는 사람은 관계를 뒤틀리게 만들어 상대방에게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안겨 준다.

최근에 만났던 M은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만 빠져 사는 이기적인 남편 때문에 마음이 괴롭고 삶이 버겁다고 했다. 언젠가는 M이 남편에게 "오늘 엄마 생신인데 같이 갈 수 있지요?"라고 물었단다. 남편은 "알았다"는 대답 대신 "어느 식당에서 무엇을 먹기로 했느냐"며 되물었다고 한다. M이 "엄마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를 먹기로 했다"고 말하자마자 남편은 "난 그 음식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생신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폭탄선언을 했다고 한다. 또 한 번은 남편이 친정 엄마 생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식당 까지 왔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며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 차 안에서 기다린 적도 있다고 했다. M은 남편이 심지어 아들과 딸의 생일날조차도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고집하거나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가 아니면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참석할 경우에는 내내 투덜댄다고 했다.

M은 남편이 악성적인 자기애에 빠져 어른스럽지 못하고 아이처럼 미성숙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친정 엄마에게 "몸이 아파서, 선약이 있어서"라는 핑계를 대며 남세스러운 국면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했다. 자식들과 장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욕구와 욕망만을 충족하려는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야속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고도 했다. 악성적인 자기애는 미성숙한 사람에게서 발현되는 마음의 질환이다.

악성적인 자기애에 빠져 사는 사람과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삶은 고달프다. 상담치료 전문의인 레스 카터 박사는 악성적인 자기애에 빠져 있는 나르시시스트의 머릿속에는 "'오직 중요한 건 나야, 나'라는 생각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절대 부족하고 상대방의 기분 따위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들이 타인에게 주는 고통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며 타인의 관점에는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르시시스트로 하여금 자기중심성을 버리게 하려는 노력은 전혀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건강한 자기애는 열린 마음이고, 악성적인 자기애는 닫힌 마음이다. 건강한 관계는 자신과 타인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의 마음과 입장을 바라보고 헤아릴 수 있는 열린 마음에서 성립된다. 악성적인 자기애에 빠진 사람에게 휘둘리며 살지 않기 위해서는 '온화한 무관심'으로 심리적인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고, 자신의 삶을 굳건하고 단호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건강한 자기애는 고상한 삶을 살도록 추동하고, 악성적인 자기애는 미천한 삶을 살도록 추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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