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수런수런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담 밑에 상사화가 파란 얼굴로 인사를 하고 양지바른 정원에 수선화가 꽃대를 키 재기 하고 있다.

개나리와 목련 꽃봉오리가 통통 여물어가고 생강나무와 명자나무 꽃망울이 앙증스럽게 물 오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봄은 희망이 넘치는 계절임에도 미세먼지와 소음공해로 울상을 짓고 있는 마을이 있다. 사방은 허허벌판이 되어 알몸을 드러내고 벌거숭이가 되었다. 도자는 매일같이 윙윙거린다. 삽시간에 고층건물이 요란한소리와 함께 먼지를 쏘아 올리며 주저앉는다.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 뉴-스를 보는 듯하다.

한 때는 테크노 단지 조성이 된다는 정보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건축허가를 내고 공장이며 창고 게딱지같은 집을 짓느라 야단이었다. 논과 야산에 새 동네가 형성 되드니 테크노 사업이 시작되니 보상을 받고 얼씨구나 하고 떠나 버렸다. 멀쩡한 새 건축물을 철거하느라 공사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이것은 분명 국가적인 손실이다.

문암동 원주민 100여호가 산 밑에 옹기종기 평화롭게 지내던 주민들은 산증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마을은 도로를 중심으로 머리와 꼬리는 테크노 단지로 수용되고 46세대만 남게 되었다. 그 꼴이 마치 생선 머리와 꼬리를 자른 가운데 토막 같다.

자기 터에 잘 지은 집 몇 집을 빼고는 남의 터에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만 쏘옥 빼놓은 것이다. 이유가 무얼까. 보상이 까다로워서 인가. 문암 생태공원 주변이다 보니 시에서 꼭 필요한 땅이라서 아끼시느라 그랬을까.

우리 마을은 문암 쓰레기장이 가득 찰 동안 냄새와 해충으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희생한 주민들이다. 땅 두더지처럼 대대손손 농사만 짓고 산 늙은이라서 정보를 들어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테크노단지 조성이 된다하여 보상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반대를 했을 뿐이다. 훗날 돌아오는 소리는 "너 네들이 반대"를 해서 그리되었다는 것이다.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고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했다. 아무리 못나고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 권리가 있다. 청주 시민들과 함께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마을 주민들의 인격을 무시당한느낌이다.

강서2동이 생긴 이래 버스가 다니던 도로가 없어진다는 통보를 프랑카드를 한 달 정도 건 후 막아 버렸다. 테크노 단지와 이어진 새 임시 도로가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홍보가 안 되고 길이 막히니 혼선으로 뒤엉켜 버렸다.

테크노 단지 조성으로 공사차량인 덤프트럭이 수시로 드나드는 길에 인도도 없이 만들어진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인도가 필요하다고 건의를 해서 엉성하게 지금은 인도라고 만들어 놓긴 했지만.

첫눈이 내리던 날 송천교를 지나 문암동 가는 길이 폐쇄된 무심천 제방은 차들이 발이 묶여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동사무소나 구청, 시에서는 알기나 했을까.

제대로 된 안내판 하나 없고 테크노 단지 사업주(대우건설)가 자그마한 안내판을 여기저기 놓은 것이 전부였다. 문암동 원주민들은 우리 안에 갇힌 짐승 꼴이 되어 버렸다. 이리저리 다 막혀버려서 외부인들이 우리 마을자체를 찾기 힘들었다. 음식하나 배달하는데 30분이상이 소요되고 네비 안내가 안 되다 보니 택시도 빙빙 돌다 그냥 가버렸다. 생활 하는데 아주 불편했다

적어도 미리 시민 신문이나 지상과 지면에 청주시는 안내를 도와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토목 공사로 터 고르는 작업이 계속 될 것인데 그 먼지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이며 건물 철거 작업 시 그 소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신도로를 만든다는데 현존해 있는 도로를 다 파 헤쳐 배수로 묻는 작업이 실행되면 그 먼지와 괭음으로 아가들이 있는 가정은 어찌해야 할까.

우리 마을 50 여세대 주민들도 청주 시민입니다. 그동안 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견뎌온 주민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배려를 시장님께 부탁드립니다.

희망 넘치는 봄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건만 문암동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화창하고 따듯한 햇빛이 그립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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