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지금도 종종 저녁 후 운동삼아 안식구와 같이 학교운동장을 거닐때가 있다. 여러 운동기구중 나에게는 평행봉을 볼때마다 지난 학창시절이 불현 듯 스치곤한다. 그래서 나는 안식구에게 은근히 물어본다. 당신은 학교다닐 때 체육시간이 어땠어? 하고 말이다. 그러면 안식구는 어땠다니? 하고 나에게 되묻는다. 아니, 재미있었느냐고? 그제야 안식구는 그저 그랬지 뭐, 나도 운동을 잘 하는 편은 아니였으니까 하고 말끝을 흐리고 만다. 그제서야 나는 지난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학창시절 때 운동을 잘 하는 친구가 무척 부러웠어. 워낙 운동에는 조금도 소질이 없었기 때문에, 달리기는 매번 꼴찌였고 남들이 잘도 넘는 뜀틀도 나는 엉덩방아 찧기가 특기였으니, 그러다 보니 체육시간은 나에게 그리 반가운 시간은 아니였지. 그런데 고등학교 때 체육실기시험에 평행봉에 올라 두 다리를 흔들어 팔을 펴고 위로 올라오기 시험이 있었는데 친구들은 연습할때도 잘도 하더라. 그래서 나는 저녁먹고 혼자 학교로 달려가 며칠간 연습을 한후 마침내 체육실기시험시간이 되어 그날은 크게 마음먹었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겠지 하며 있는 힘을 다해 평행봉에 두 팔을 잡고 힘차게 두 다리를 굴러 팔을 펴 보았더니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났지 뭐야. "아, 하면 되는구나,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하며 마음속에 자신감이 생겼어. 그러면서 나도 하면 되는 것을 처음부터 나는 안된다는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한 것 같아. 우리 둘이는 맞아 하며 웃고 말은 적이 있다.

미국 전 대통령 부시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의 'Excellence' 라는 책에 나오는 부모에게 보내는 충고의 글이 있다. 사람에게는 확실히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러나 머리가 안 좋다, 타고난 재주가 없다, 집안 배경이 안 좋다, 바빠서 시간이 없다 등의 이유로 스스로 울타리를 세우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어쩌면 '할 수 없었다'라고 변명하기위해 할 수 없는 이유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참으로 공감이 간다. 그러기에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실패하는 사람들은 이유나 변명을 찾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방법과 도전을 찾는다. 우리가 말하는 한계는 진정한 능력의 한계라기보다는 단지 우리마음이 만든 스스로의 한계 즉 마음속의 한계에 스스로 결정을 할 뿐이다.

아주 오래전 60대 할머니가 트럭 밑에 깔린 손자를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그 트럭의 뒷부분을 들고 옮겨 손자를 구했다는 이야기가 해외토픽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이 일은 한 사람의 능력의 한계가 생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이 어디까지 한계를 규정하는가에 따라 능력도 그 한계 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능력은 우리가 규정할 수 없고,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닥치면 상상하지도 못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능력이 있기에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했기에 능력이 따라가는 것이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이제 학교는 새 학기, 새 학년을 맞아 우리자녀들은 저마다 부푼 꿈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가 큰 생각과 멋진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부터 모든 일에 마음의 한계를 넘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자녀 또한 미리 마음의 한계를 가지고 어떠한 변명을 찾고 포기하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도전과 열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 우리 누구도 결코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제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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