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지난해 12월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최우람 작가의 '원탁'이란 작품을 아내와 함께 보고 왔다. 이번 관람은 서울에 살고 있는 딸이 초대를 해주고 동행까지 해주어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미술관을 관람하게 되어 설렘은 배가되었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원탁이란 작품을 처음 본 순간 경이로운 느낌에 압도되었고 벅찬 감동이 올라와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원탁'이란 작품은 머리 없는 인형 18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둥그렇게 모여 원탁을 등으로 떠받치고 있었고, 원탁 위에는 머리를 상징하는 공이 한 개 놓여 있었다. 인형과 공은 지푸라기로 만들어져 있었고, 원탁은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원탁 안에 설치된 정밀한 기계장치가 작동되면서 인형들은 몸을 굽혔다 펴기를 반복했고, 그럴 때 마다 원탁도 높아졌다가 낮아지기를 반복했다.

천장에는 공의 동작을 제어하는 동작 인식 카메라와 전자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인형이 몸을 굽히면 원탁이 낮아져 공이 인형 쪽으로 가깝게 굴러왔고, 인형이 몸을 펴면 원탁이 높아져 공이 인형 반대쪽으로 굴러갔다. 인형이 몸을 굽혀 원탁이 낮아지면서 가깝게 굴러온 공을 막상 차지하려 몸을 펴면 원탁이 높아지면서 공은 반대쪽으로 굴러가 멀어졌다. 인형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어떤 인형도 공을 차지하지 못했고 공을 차지하려는 동작만 반복됐다. 원탁은 5분 작동한 후 15분을 쉬었고, 원탁이 작동을 멈추면 공 역시 원탁의 한가운데에서 쉬었다.

인형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몸을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는 동작에서는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최우람 작가는 "'원탁'은 20년 작업 경험의 총체이다. 이 작품은 원래 희생정신 없이 개인 욕망만 내세우는 정치계를 풍자하려고 발상했던 것이다. 서로 우두머리가 되려고 투쟁하는 모습을 원탁 위의 머리로 상징하려 했다. 관객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인형이 마치 나의 모습과 같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유욕은 공을 차지하겠다고 투쟁하게 만들지만 소유욕을 내려놓으면 공을 공유하게 만든다.

원탁이란 작품에서 공은 인형의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욕구와 욕망을 상징하고, 원판은 인형의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욕구와 욕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인형이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욕구와 욕망인 공을 차지하려고 하면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욕구와 욕망인 원판이 방해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인형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몸을 굽히고 펴기를 반복하는 행동이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으로 보이기보다 오히려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욕구와 욕망에 따라 이끌리는 것처럼 보였다. 인형이 공을 소유하려 하면 할수록 공이 멀어지듯 사람이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을 하려 하면 할수록 무의식적인 심리가 발현되어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사고와 행동만 강화되고 반복될 수도 있다.

사람이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와 행동만으로 살아간다고 확신하는 것은 착각이고 교만이다.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사고와 행동이 삶에 끼치는 지배력과 영향력은 엄청나다. 사람이 주도적으로 자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육과정에서 부모에게 학습되고 습득된 심리적인 기질과 관계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신분석가 박우란은 "내가 누구와 관계를 맺는지, 서로의 무의식이 어떤 표상에 지배되는지에 따라 관계의 패턴과 서사는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과 패턴도 각자의 무의식에 쌓인 심리적인 기질과 성향에 따라 제각각이다. 누구나 관계 안에서 반복되는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욕구와 욕망의 패턴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욕구와 욕망을 채우려는 소유욕도 무의식적인 심리가 반영되어 작동될 수 있다. 매사를 강렬하게 자기 뜻대로 하려는 욕구도 일종의 소유욕이다. 원탁이란 작품이 의식적이고 이성적으로 이끌리는 욕구와 욕망은 무엇이고,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으로 이끌리는 욕구와 욕망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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