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봄이 요란한 몸짓으로 다가 온다. 개나리가 피더니 앵두와 살구꽃이 팝콘 터지듯 피어난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우직근거리고 백목련 잎이 떨어져 내린다.

아침 내내 조심조심 아기가 깰까봐 모녀는 "설 아"를 씻기고 머리를 빗겨 예쁜 옷을 골라 입힌다. 설 아는 먹성이 시원치 않다. 조반을 약 먹이듯 두어 숟가락 먹여 유치원차를 9시 15분에 태워 보냈다.

민 아와 설 아는 막내딸이 낳은 손녀딸이다. 나날이 자라는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신비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요즈음은 시중에 나오는 아가들의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1회용으로 따듯한 물에 타면 죽이 되고, 음료수나 죽. 스프로 먹일 수 있는 것도 여러 가지다. 영양가를 따져서 어미는 틈틈이 요것조것 골라 먹이는 것을 보며 이렇게 편리한 세상인데 왜들 아가를 안 낳는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매일같이 눈만 뜨면 바라보는 민 아는 17개월 된 아기인데 요즈음은 매트릭스와 쇼파를 오르내리며 점-프 연습중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쇼-파를 오르내리는 꼴이 어찌나 귀여운지 다칠세라 따라 다니며 붙잡느라 난 혼쭐이 난다.

할미 핸드폰만 보면 귀에 양손을 붙이고 머리를 흔들며 음악을 틀어 달라고 몸으로 이야기를 한다. 핸드폰에 저장된 캐릭터가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을 보여주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방안 사람들을 모두 웃겨 버리는 민-아의 춤은 매력이 넘친다. 스마트 폰 화면을 고사리 손으로 콕콕 찍어가며 음악을 바꿔가며 즐기는 꼴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다.

어찌 저렇게 아름다운 꽃이 있을까. 사랑스럽다. "민-아야 할머니 좀 안아다오." 하면목을 꼭 끌어안고 바르르 떤다. 그 촉감을 무어라 표현할까.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픈 것을 잊게 만드는 진통제다.

허리와 무뤂의 통증을 달고 산다. 아이 보는 데서는 냉수도 못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할미가 걸레질을 했던가 보다. 아이는 그 모습을 유심히 보았던지 따라 하는데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17개월 밖에 안 된 녀석이 관찰력이 대단하다. 핸드폰에 캐릭터의 춤을 흉내 내는데 놀랐고, 할미가 통증 때문에 갑자기 전화가 오면 엉거주춤 전화기 가 질러가는 행동을 재연하는 모습에 두 번 놀라고 말았다. 모델 학습이란 말이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다. 은연중에 아이가 보는데서 아프다고 한 행동을 따라 하다니 마치 사진사 같았다.

민 아와 설 아 앞에서 조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할미가 하모니커를 불면 따라 불고 피아노를 치면 따라와 치겠다고 야단이다.

요즈음은 전화가 오면 전화를 꼭 쥐고 주지 않고 떼를 쓴다. 하루하루 발달해 가는 과정이 신비스럽다. 사위가 퇴근해 오면 반기는 아가의 재롱은 혼자 보기 아깝다. 두 딸들이 서로 안아 달라고 아우성이다. 가장으로서 최고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지. 온 가족이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꽃을 피운다.

" 까르륵 까르륵" 마치 은쟁반에 옥 구술 구르는 소리가 따로 없다. 할아버지도 " 허허" 그놈 참.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 보약이 따로 없다. 그저 바라만 봐도 예쁘고 만족스러운 풍경이다.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이웃으로 퍼져 유행가처럼 가정 가정마다 아기들이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산천을 물 드리고 있는 봄꽃들의 향연이 아름답듯이 삼천리강산에 아가들의 희망 넘치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길 소망해 본다.

무심천에 벚꽃이 함성을 지르듯 한꺼번에 피어나고 까치 내 문암 생태 공원 가는 길엔 수양버들이 연두 빛 치마를 살랑거리며 부르스를 추고 있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4월1일 부터 제 20회 청주 예술제가 시민공원과 체육관을 중심으로 열린다. 만개한 벚꽃그늘아래 시민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즐기는 멋진 축제를 기대해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그림도 그리고 백일장도 참석해서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 체험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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