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한식 수필가

면접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늘 겪은 일들이 두고두고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 싶어 삶이 조금 더 풍성해 진 것 같다. 잘 하면 일주일에 한 번, 너더댓 달간 일자리를 얻으리라. 일의 시작은 아는 분에게서 정보를 듣고 부터였다. 경험하지 않은 일이니 도전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제출한 서류가 일차 심사를 통과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오늘이 서류 통과자들을 위한 면접날이다. 그 면접에 무려 20여 분이나 늦은 것이다. 덕분에 대기 시간이 조금은 짧아졌다. 빠른 순서여서 잠시 기다린 후 면접장소로 안내받았다. 세 분의 면접관이 면접자를 3~4m 거리에 앉게 하고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내가 짐작한 편안하고 간단한 면접이 아니다. 한 분은 웬만큼 아는 이었다. 성함과 사는 곳을 말하란다. "이름은 최한식이고, 복대동 101번 길 54에 삽니다." 조금도 답변을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았다. 면접관들은 내 서류를 가지고 있었으니 '긴장 했군' 정도로 이해했으리라. 그분들이 무엇을 묻고 내가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 순서는 지나갔고 어느 새 내가 다시 바깥에 앉아 있다.

면접을 마치고 마음이 가라앉자 당황스러웠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익숙하면서 낯선 공간' 지금 앉아있는 이 곳이다. 위치는 알지만 내부는 모른다. 출발 전 검색해 본 바로는 5.5㎞, 19분이 걸린다 했다. 여유 있게 40분 전에 출발해 면접 시각보다 10분 앞서 주차장에 도착했다. 1층에는 전기 차와 장애인용차량의 공간은 여유가 있지만 일반 차량을 위한 구역은 없다. 2층에 올라 한 구석에 차를 두고 서둘러 면접장소를 찾아 나섰다.

5분 정도면 무난할 듯 했다. 길안내로 장착했던 휴대전화를 챙긴다. 이럴 때 가장 긴요한 게 휴대전화 아닌가? 화면을 켜보니 벌써 전화와 문자가 와 있다. 같이 서류를 낸 이가 걱정이 되었는지 전화를 했다. 뒤 건물이니 잘 살펴서 찾아오란다. 독립된 건물 두 개를 이은 걸게다. 안내 문자에서 본 듯한 간판을 보고 들어간다. 뒤 건물이라니 한참 걸어 들어가 승강기를 탔다. 2층이면 간단할 텐데 안내도에 가려는 사무실이 없다.

전화가 또 울리고 다른 곳에 있는듯하니 일층으로 내려가 그 건물 아닌 곳으로 오란다. 건너편에 좀 더 낡아 보이는 건축물이 보인다. 도착해 유리문을 열고 두리번거리니 손을 드는 이가 보인다. 이제야 제대로 찾은 게다.

2층에 오르고도 꽤 긴 공간을 지나간다.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다. 열린 공간에 여기저기 의자배치를 따라 예닐곱 사람이 앉아있는 게 눈에 들어왔었다.

이제 집에 가도 된단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게다. 2층에서 1층을 가는 것이야 어려울 게 무엇인가? 승강기를 타고 2층에 내리니 공간이 넓어 구분이 쉽지 않다. 두 발로 타박타박 걸으며 확인할 수밖에 없지만 평소 걷기를 게을리 한 걸 보충한다고 생각하니 편안하다. 한 바퀴를 다 돌아본 것 같은 데 차가 보이지 않는다. 한층 더 오르니 차는 별로 없고 잔디가 깔린 옥상공원이다. 다시 옆 건물 주차장으로 갔지만 아무래도 그곳은 아니다.

면접 장소에 몰두하느라 주차하는 곳에 신경을 덜 쓴 것이다. 이런 때에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 입구에서 주차장까지 장면이 떠오르지 않아 주차장에 들어오던 기억을 되살려 낸다. 1층에 빈 공간이 없어 위층으로 올라갔으니 그 과정을 걸으며 재연하는 게다. 한두 구역을 오가며 안내 선을 따라 위층으로 걸어 오른다. 대충 위치가 떠오른다.

최한식 수필가
최한식 수필가

눈에 익은 차를 보니 긴장이 풀린다. 찾았다는 안도감을 함께 나누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다. 드러내 표현할 수 없는지 고생했다며 조심해 오란다. 오늘 일들이 내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길을 잘 못 찾는 게 고생은 되지만 내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내 시원찮음을 확인시켜줄 또 하나의 일화가 내 생애 기억창고에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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