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시간대 시내버스 단 1대 뿐… "놓치면 택시 타고 가야"

편집자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에는 모자보호시설인 청주해오름마을(이하 해오름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 하지만 등교시간 이 시설을 지나는 버스는 단 1대 뿐이다. 이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이용하거나, 개인차량을 타고 학교를 가야 한다. 이에 중부매일은 2회에 걸쳐 해오름마을 아이들의 등굣길 편의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청주해오름마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신동빈
청주해오름마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3월의 어느 날 오전 7시 50분, 중학생 A군이 청주해오름마을을 나와 100m 거리의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A군 뒤로는 초등학생 12명이 따라 나왔다.

그리고 10분 후 921-1번 버스가 해오름정류장에 멈춰 섰다. 이 버스는 등교시간 해오름마을에서 5㎞ 남짓 떨어진 학교로 가는 유일한 버스다. 다음버스는 1시간 20분 후에 이곳을 지난다.

A군은 "학교 가는 버스는 921-1번이 유일하다"며 "이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타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교할 때도 정해진 버스를 꼭 타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해오름마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해오름마을 버스정류장에는 총 3개노선의 버스가 지나지만, 학생들 등교시간 배정된 버스는 1대 뿐이다./신동빈
청주해오름마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해오름마을 버스정류장에는 총 3개노선의 버스가 지나지만, 학생들 등교시간 배정된 버스는 1대 뿐이다./신동빈

초등학생 B군은 "늦잠을 자서 버스를 못 탄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데려다줬다"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버스 타는 게 아직 어렵다"고 했다.

버스에 올라탄 아이들은 익숙한 듯 뒷자리에 무리지어 앉았다. 여덟정거장을 지나 버스가 초등학교 앞 정류장에 도착하자, 고학년 친구들이 저학년 친구들을 인솔해 학교로 향했다.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선 시각은 오전 8시 20분. 인근 아파트단지 학생들이 등교를 막 시작하는 시간이다.

학교수업을 마친 해오름마을 아이들의 하교도 정해진 버스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아이들은 오후 2시~2시 30분 사이 하교를 하고, 모두 태권도학원으로 간다. 학원수업을 마치면 12명의 학생은 모두 300m 떨어진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간다. 해가 지기 전 집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버스(4시 40분)를 타기 위해서다. 이 버스를 놓치면, 정류장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 아이들은 간혹 버스를 놓친다. 학원이 늦게 끝나거나, 잠깐 매점을 들린 사이 버스가 그냥 지나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버스를 놓치면 태권도 학원 차량으로 아이들을 태워주거나, 해오름마을에서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해오름 시설 관계자는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매일 정해진 버스를 타기 위해 시간에 쫓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에 위치한 해오름마을은 지난 2011년 개원했다. 청주시가 모자보호시설로 지정, 위·수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18세대 48명(미취학 아동 11명, 초등학생 13명, 중학생 4명, 고등학생 3명 포함)이 입소해 생활 중이다. /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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