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변덕을 부리던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생동하는 대지의 향내를 느끼는 4월에, 초목이 싹트고 꽃이 만발하던 날 태안 백화산(白華山)에 올랐다.

오랜만에 올라와 보는 정상이지만 언제 보아도 백화산은 충남 서북부에 위치하여, 태안읍 동문리, 남문리, 산후리, 삭선리, 상옥리에 걸쳐있는 진산(鎭山)이자 명산(名山)이다.

백화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은 열세 개의 정맥 가지 중의 하나인 금북정맥이 가야산을 거쳐 서해 바다로 치닫다가 마지막으로 크게 뭉친 아름다운 산이며, 태안의 정기를 머금은 심장과도 같은 산이다.

백화산의 유래를 보면 산 전체가 흰 돌로 덮여있어 그 모양이 괴이하여 봄이면 마치 부용화 같기도 하고 가을이면 들꽃이 활짝 핀것 같기도 하고, 흰 꽃봉오리가 갓 피어나려는 것 같이 보인다 해서 백화산이라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백화산의 전설 중 재미있는 것은 백화산이 서울을 등지고 있기 때문에 조선조 500년간 태안에서는 과거에 급제한 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백화산이 만약 흑화산(黑華山)으로 변할때에는 국운이 성장하고 이곳 태안에서 문만무천(文萬武千)이 난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태을암에서 산신각, 태을동천, 마애삼존불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해발 284m의 백화산 정상 표지석이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백화산은 태안읍을 품에 안고 있으며, 상봉은 남봉과 북봉의 태극 형상으로 태안 주민의 주지이자 주민 의식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아름답고, 바위틈에 자란 기이한 나무뿌리, 기암들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백화산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산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신비스런 바위가 태안 사람들의 기질인 「드셈」과 「당찬기개」의 근원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봄날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가로림만의 푸른 물결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가경(佳境)이었다.

백화산 정상에는 돌로 쌓은 석성이 있고 그 주위에는 기묘한 모양의 바위에 음각된 쌍괴대(雙槐臺), 만천대(萬千臺), 영사대(永思臺), 기념대(紀念臺), 어풍대(御風臺), 무인대(戊寅臺)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1935년에 발행한【조선환여승람】이란 책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다시 남쪽 하늘을 바라보니, 멀리 고향 마을인 남면 양잠리가 보이는 듯하여 갑자기 홀로 계신 어머님 생각이 간절했다.

그리고 북쪽에는 지난 3월 24일 해발 250m의 두 봉우리 사이에서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구름다리가 보였다.

백화산 구름다리는 백화산 정상 아래 두 개의 큰 봉우리인 '봉봉대'를 잇는 보도 현수교였다.

2021년 7월에 착공하여 총사업비 24억 4,700만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해발 250m, 지상 19m 높이에 지어져 있으며 폭 1.5m에 총 길이 74m에 달하고 있었으며, 한꺼번에 570명의 등산객을 수용할 수가 있다고 한다.

특히 바다에 접한 태안군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탁 트인 가로림만과 백화산 자락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지어져 있어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산봉우리를 잇는 구름다리의 특성상 타 지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전국 최고 수준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교량 양 끝에는 전망대 쉼터를 조성해 등산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으며, 구름다리가 태안군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절친한 친구와 봄의 향기 속에서 산행을 즐기며 하산하였고,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인간이 만남과 헤어짐을 『만나서 정과 대화를 나눌 때는 즐거움과 반가움을 느낄 수 있지만 헤어지면 소쩍새 울먹이는 양 허무한 것.』이라고 하였다. 하늘에 구름을 형성하고 있는 작은 물방울과 산줄기를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이 서로 만나듯 사람도 이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으로 석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만나면 헤어져야 하고 태어나면 명을 다하여야 하며, 산을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는 철칙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친구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최병부㈔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최병부㈔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다시 또 오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에 백화산 정상에서의 순간은 더욱 소중한 것 같았다.

훈풍 속에 봄 향기가 끼어드는 계절의 순환을 맞이하는 이때, 괴로웠던 일도, 힘겨웠던 일도, 서글픈 순간도,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도 가슴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는지를 반성하며, 집을 향해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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