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어느새 봄이 깊어 산야는 푸르름을 더해가고 온갖 꽃들은 한껏 부풀어 봄의 향취를 더해 주고 있다.

찬란한 계절의 문이 활짝 열리는 연초록 잎새에선 모든 이의 가슴은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은 꿈으로 엮는 5월의 햇살이 마음과 대지를 덮혀 주고 있다.

5월은 뜨거운 젊음의 가슴을 맞대고 진실한 행동을 표현으로 요구한다. 이 젊음이 약동하는 온 산야는 낭만과 꿈과 욕망이 꿈틀 거리는 환상의 계절이다. 보리가 물결치는 5월, 푸르고 기름진 잎새에 햇볕은 더욱 반짝인다.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생기와 기쁨에 넘쳐있다.

이렇게 따사로운 햇빛과 신선한 바람이 불어 오던 날, 당진 삼선산에 올랐다.

2017년 4월에 개장한 삼선산 수목원은 당진시 고대면 진관리 일원에 21ha(약 6만 3,천평) 규모로 조성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방문자센터와 온실, 암석원 등 21개의 테마원과 키즈꿈의 숲, 피크닉장, 생태연못, 전망대 등의 시설과 함께 1,230여 종에 달하는 식물들로 다양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어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였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지만 솔솔 부는 바람이 삼선수목원에는 각기 다른 초록을 내는 다양한 나무들과 곳곳에 자리한 왕벚꽃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기분 좋게 상쾌한 발걸음으로 큰길을 따라 걸으면 습지원과 생태연못이 보였다. 숲 체험은 모두 5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나무와 식물이야기'를 주제로 한 A코스는 생태 연못과 야생초원을 둘러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B코스는 '힐리의 숲과 치유의 숲'을 주제로 수목원 내 백합나무 숲속을 탐방하게 되며, C코스는 방문자센터가 보인다. 온실 안에는 지중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방문자센터 3층에 올라가면 숲 하늘길이라고 불리는 출렁다리가 나왔다. 출렁다리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삼선산 수목원은 온 산야가 초록빛으로 가득했다. 피크닉장에서 진행되는 D코스는 자연물을 활용한 조형 활동이 가능하며, 수목원 느티나무 쉼터에서 진행되는 E코스는 자연물을 활용한 놀이학습을 체험할 수가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렇게 많은 것을 체험하고 삼선산 수목원을 뒤로했다. 다음으로는 심훈 문학관과 상록수 정신의 산실인 당진시 송악면 부곡리 필경사로 향했다. 심훈, 본명 심대섭은 근대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다. 일제 강점기 당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큰 기여를 하셨다. 심훈은 중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연극과 영화 그리고 소설을 집필했는데 특히 농촌 계몽 소설 「상록수」는 의미 있는 한국근대문학인바 이를 필경사에서 써서 유명하다.

또한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먼동이 틀 때>는 신민지 현실을 다뤄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의 감독 활동은 이 작품이 마지막 이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소설을 연재했지만 일제의 검열에 의해 중단되었다고 한다.

독립투사와 달리 문학작품을 통해 민족의식을 표현한 심훈은 계급적 저항의식과 휴머니즘을 잘 나타내었다.

심훈은 1932년 아버지가 살고 있는 이곳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로 내려와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2년 뒤인 1934년 심훈이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 바로 필경사다. 필경사의 필경은 1930년 그가 발표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당시 국민들의 마음을 붓으로 논과 밭을 일구듯 표현하고자 하는 심훈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해설사 선생님은 힘주어 말했다.

필경사는 작은 목조건축물로, 조선 시대 농촌 초가집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필경사 내부에는 심훈이 읽던 책과 등불, 아궁이, 화장실 등이 그대로 재연되어 있었다.

한편 심훈은 필경사에서 1935년 농촌 계몽 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평가 받는 「상록수」를 집필하고 36세 나이인 1936년 장티푸스에 걸려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필경사는 문학인이 지은 집이고 상록수라는 결과물이 탄생한 의미 있는 곳이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 종로(鐘路)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 받아 올리오리다. /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散散)조각이 나도 /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중략>

최병부㈔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최병부㈔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필경사 앞 시비에 적혀 있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를 읽노라니, 참으로 17년 동안이나 당진시청에 근무하다가 34년간의 공직을 마치고 11년 만에 다시 찾은 송악읍 부곡리 필경사는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변화무쌍한 세월의 변화를 인식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필경사를 뒤로했다. 초록의 향기로운 산과 들에는 끝없는 푸른 하늘이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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