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인 동시에 인류 문화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지구상에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상호 의사소통 수단이 필요했기에 다양한 그 수단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보다 편리한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창조되었을 것이다. 그 언어의 활용이 활발했던 민족은 융성했으며, 그 문화를 이웃 나라까지 널리 전파하면서 세력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나갔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께서도 우리 서민들과 한자 문화층 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안타까이 여기고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쉽게 배워 쓸 수 있는 우리 말과 글(訓民正音)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지(1446년)가 벌써 577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반포 당시의 스물여덟 자에서 지금은 넉 자가 소멸된 스물넉 자로, 명칭도 '한글'로 개명하고서 세계적인 언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의 말과 글도 변화의 과정을 많이 거쳤다. 최근 들어서 그 속도가 너무 빨라지다 보니 이젠 세대에 따라 언어사용 수준의 차이를 느낄 정도로 발전되었다.

이런 일은 다른 외국어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이니 결코 우리의 젊은 세대들을 탓할 일도 아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의 창제 목적은 이미 오래전에 달성되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변화 발전 도약을 이끌 단계에 이르러 세계의 문화 흐름을 선도하는 차원에서 우리말을 세계의 공용어로 끌어 올리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할 단계가 된 것 같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백수의 할머니도 거리를 지나면서 많이 봐서 그런지 현대(HYUNDAI), 삼성(SAMSUNG), 엘지(LG)의 영문 표기 점포도 잘만 찾아간다. '볼 일은 1도 없는 데 하도 심심해서 그냥 나왔어.'라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는 디에트로 에듀포레 힐 아파트에 사는 손자네 집도 잘 찾아간단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많이 지나면서 보고 듣다 보니 들은 대로 읽기도 하고 본대로 그려 쓰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언어습득 과정과 일치하니 말 배우는 데는 학교를 안 가봤거나 나이가 많아도 관심만 가지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필요한 상황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이제는 세계적인 언어로 발돋움하는 우리의 말과 글인 한글을 오대양과 육대주에 공용어로 뿌리내리게 하여 문맹인이 쉽게 깨우치는 언어가 되도록 활용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훈민정음해례(訓民正音解例)본이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서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어떤 문자나 언어보다도 배우기가 쉬워 문맹자를 없애기에 아주 좋은 글자임을 세계가 인정하고 해마다 문맹 퇴치에 공이 많은 이들에게 수여하는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시작으로 한글의 세계화에 많이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들어보거나 말해본 적도 없는 샘, 주불, 오점뭘' 같은 줄임 말이나 푸드테크, 스마트 팜, 돈쭐 같은 신조어와 코스피, 오일 쇼크,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외래어 등은 우리말로 적어 놓아도 설명이 없으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런 말들을 많게는 절반이 넘도록 섞어서 우리 말처럼 사용하니 국적 없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도심 거리를 지나면서 간판을 보노라면 예쁜 우리 말보다 어느 나라 말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이 더 많으니 한글전용이나 우리 말 바르게 쓰기가 무색하기 짝이 없다. 물론 한글전용만으로 세계적인 언어로 발돋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그러나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각계각층의 한글 세계화 방안은 상대국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공통최적안을 찾기보다는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自主, 愛民, 實用)을 잊거나 잃지 말고 각각의 계획대로 성실하게 추진한다면 오래지 않아 목적에 접근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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