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예전에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다녀온 적이 있던 진안에 있는 마이산을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우리 아이들이 서른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마이산과 돌탑들은 예전 그대로였다. 마이산 탑사 경내에 세워져 있는 크기가 제각각인 80여기의 돌탑들은 암석의 절벽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고, 돌탑들을 둘러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돌탑들은 크고 작은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하여 서로 맞물리며 완만한 경사로 쌓여졌고, 돌탑의 상부는 비슷한 크기의 돌들이 일렬로 올려져있었다. 돌탑들은 오목하고 볼록한 모양의 수많은 돌들이 아귀를 맞춰 틈새를 메워가며 쌓여졌고, 그 견고함이 자연의 섭리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100년의 풍파와 세월이 주는 무게감을 견뎌내게 해주는 듯했다.

평일의 탑사 경내는 고즈넉했고, 돌탑을 정성어린 손길로 쌓아 올렸을 사람의 마음과 그 돌탑에 소망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맞닿아 경건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차분하고 여유롭게 돌탑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탑사 경내가 시끌벅적거렸다. 100여 명 쯤으로 보이는 여성 단체 관광객들이 들이닥쳐 삽시간에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다른 방문객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실종된 시민의식과 소음으로 금방 마음이 심란해지고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나마 단체 관광객들이 오래 머물지 않아 천만다행이었고, 그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후 탑사 경내는 다시 고요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고, 내 마음도 평온해졌다.

돌탑들을 둘러보며 돌탑과 가족 관계가 기능과 역할이란 관점에서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탑의 중심은 돌이고, 돌탑을 지탱해주는 힘은 균형 감각과 상호보완성이다. 돌탑을 구성하고 있던 돌이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그 동안 돌들이 해왔던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돌탑은 균형을 잃고 결국에는 무너지게 된다. 가족 관계의 중심은 남편과 아내이고, 가족 관계를 이끌어가는 심리기제는 애정과 사랑이다. 성숙한 가족 관계는 가정생활이 부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나갈 때 가능해진다.

가족 관계에서 부부가 중심이 되지 못하거나 부부 관계가 뒤틀리게 되면 부모와 자식 간에 역기능적인 삼각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L은 아내와 불편한 관계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행을 갈 때 아내는 배제하고 딸과 다녀온다고 한다. A는 남편의 언행이 매사 못마땅하게 여겨질 만큼 친밀하게 지내지 못하고 여행을 갈 때 마다 남편은 따돌리고 아들하고만 동행한다고 한다. M은 남편과는 각방을 쓰고 데면데면하게 지내면서도 딸과는 한 침대에서 자고 여행을 갈 때도 남편은 배제하고 딸하고만 다닌다고 한다. 주변을 보면 부모 자식 간에 삼각관계로 얽혀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듯하다.

심리학자들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부모에게서 받지 못하거나 채워지지 못했던 애정과 사랑, 욕구와 욕망을 배우자를 통해서 충족 받고 싶은 심리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부부 관계가 뒤틀리게 되면 가족 관계에서 삼각관계와 같은 역기능적인 역동에 휩싸이게 되고, 배우자에게 충족 받지 못한 욕구와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자식을 통해서 채우고 싶은 욕구와 욕망이 작동될 수도 있다. 남편이 아내의 역할을 딸에게 기대하거나, 아내가 남편의 역할을 아들에게 기대하기도 한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돌탑 주변에 '탑에는 절대 손을 대지 마십시오, 탑신에 돌을 올리면 탑이 무너집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탑신에 돌을 자꾸 올려놓게 되면 처음 돌탑을 쌓을 때 맞춰졌던 균형과 무게 중심에 무리가 갈 수 있음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돌탑의 돌들이 균형 감각과 상호보완성을 유지하게 되면 오랜 세월을 버텨내듯이, 가족 관계에서 부부가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가정은 고상한 가풍을 후손들에게 대물림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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