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어쩌다가 페이스북을 사용한 지 13년쯤 되었다. 하루 한 시간 이상 매달릴 만큼 나도 모르게 중독이 되었다. 일주일에 하나 정도 사진 또는 글을 올리고, 시간 되는대로 들어가 남의 게시물에 '좋아요' 표시를 하거나 댓글을 단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너무 뺏겨서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하여튼 페이스북을 사용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개씩 게시물을 올려서 관심을 끄는 이들을 발견한다. 아주 사소한 일상사 또는 옮겨온 것을 많이 올린다. 별 것 아닌 걸 가지고 크게 자랑하는 이도 있다. 또 영업 목적으로 자기 비즈니스에 관한 것만 계속 올리기도 한다. 페이스북 사용자들끼리 이런 사람을 '관종'(關種;관심종자)이라고 부른다. 하기야 자랑할 것 없으면 게시물을 올리겠는가.

하긴 나도 그렇다. 나의 일상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뭔가 자랑하고 싶은 게 있어서 이를 통해 주목받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새로운 명함용 직함을 얻었다든가, 재판에서 큰 사건을 승소했다든가, 해외의 멋진 곳을 다녀왔다든가 등이 그것이다. 적어도 처음 1~2년은 그랬다. 그러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섬기자·나누자·즐기자'라는 내 인생 슬로건처럼, 나도 즐겁지만, 다른 이들과 나누어서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만 올리자는 생각으로 올린다. 즉 최소한 다소의 공익성(公益性)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올리려고 한다. 자신을 드러내 주목받고 싶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자기변명이라고나 할까.

페이스북 뿐 아니라 주변에 다른 유형의 관종이 있다. 한창때 날리다가 나이 들어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다. 육십 대 중반에 이르니 점점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어차피 인생이 그런 것 아닌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년과 장년의 나이에 크게 쓰임 받은 뒤 노년의 나이에 이르게 되면 퇴장하는 것, 그리고 하나님 부르시면 떠나는 것.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나로서는 이미 전성기가 지난 것을 안다. 그래서 나를 찾는 이들 숫자가 예전만 못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대신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섬기려 한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나이 들어서도 계속 예전처럼 왕성하게 일하고 또 주목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교회에서 장로로서 은퇴하고서도 계속해서 교회를 위해 뭔가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나서거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을 여러 차례 했고 고령임에도 계속해보려고 하거나, 은퇴한 지 한참 지난 후에도 지역에서 계속 이름을 날리고 싶어서 소위 지역봉사를 내세우며 떠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그 정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타산지석으로 삼아 가급적 나를 드러내는 것을 피하려 한다. 얼마 전 국회 어떤 자문위원장직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모 TV방송이 인터뷰 프로에 초청하는 것을 고사했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 인생도 그렇다. 쓰임 받을 때가 있고 그만둘 때가 있다. 남이 뭐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조금씩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나이 들면서 40~50대의 열정이 많이 식은 걸 느낀다. 거기에 코로나 3년이 나를 바깥 세상보다 자신에게 더욱 천착(穿鑿)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혼자서 걷고, 산에 오르고, 음악 듣고, 책 읽고, OTT 영화 보는 등, 혼자 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임에도 예전처럼 많이 나가지 않는다. 바쁜 일정으로 에너지가 고갈된 날은, 가기로 한 모임도 양해를 구하고 빠질 정도다. 잘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내 나이, 내 처지에서 예전처럼 너무 나서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나이 들어서도 젊을 때의 정열을 그대로 유지하며 뭔가 하려는 것은, 유익하고 우러러볼 만하다. 그렇지만 세상의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내가 살아있는 걸 인정받거나 주목받고 싶은 욕구에서 그렇게 하는 거라면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일찍이 성경 전도서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하나님은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표준새번역 성경 전도서 3:1~3, 1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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