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자식농사만큼은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일까? 부모 마음대로 하려고하니까 안 되는 것이다. 부모 마음대로 자식을 키우려고 하면 할수록 힘든 일들이 많은 것이 이 세상의 이치다.

서양 속담에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기회는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잡은 기회를 이용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강제로 시킬 수는 없고, 스승이 제자를 가르칠 수는 있지만 제자가 스스로 깨우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목이 마르게 하는 동기를 유발하고 물을 찾아 가는 방향만을 안내해 주는 것이 현대교육에 있어서 진정한 본질임을 알려주는 속담이다.

희랍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교육방법인 '산파술'에서 말하기를 "산파는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지, 출산이 더디다고 해서 산모 대신에 아이를 낳아줄 수는 없다. 아무리 고통이 크더라도 아이는 산모 자신의 힘으로 낳아야만 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진리라는 옥동자는 배우는 사람 스스로에 의해서 산출되는 것이지, 선생님이 대신해서 낳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래전 시골학교에 근무할 때였다. 교실 벽에 줄을 매어 나팔꽃 줄기가 벽을 타고 천장으로 뻗어가도록 설계하였다. 그런데 줄기들이 천장 쪽으로 올라가지 않고 햇빛을 받은 창가 쪽으로 줄기를 뻗어갔다. 내가 원하는 쪽으로 줄을 쳐 놓았지만 나팔꽃 줄기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쪽으로만 계속 뻗어나갔다. 이 모습을 보면서 '아! 아이들은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는 거구나, 내가 억지로 끌어당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적이 있다.

어떤 일에 도전하려할 때는 두 가지 동기가 있다. 하나는 내적 동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외적 동기이다. 내적 동기로 시작한 도전은 즐겁고 꾸준한 반면 누군가가 시켜서 외적 동기로 시작된 도전은 힘에 겹고, 이내 지쳐버리고 만다.



유명한 시인 에머슨의 집에서 있었던 실화다. 에머슨이 그의 아들과 함께 송아지를 외양간에 집어넣으려고 아들은 앞에서 끌고 에머슨은 뒤에서 밀었다. 그런데 부자가 힘을 다했지만 송아지는 네 발을 딱 버티고는 좀체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때 아일랜드 출신 부인이 이 광경을 보고 달려왔다. 땀을 닦고 있는 에머슨 부자 앞에서 송아지 입에 손가락을 넣고 다른 손으로는 송아지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다정스럽게 대해 송아지가 스스로 외양간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녀는 에머슨처럼 멋진 시를 쓸 줄 몰랐지만 송아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고 사랑으로 대하고 칭찬을 해주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한 연구팀이 동물의 지능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15세 된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쳤다. 갖은 노력을 다해서 140여개의 단어를 가르치고 이 단어들을 자기 생각에 따라 결합할 수 있도록 해보았다. 이 침팬지가 수화를 통해서 어떤 의사를 표현하는지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랬더니 이 침팬지가 맨 처음으로 표현한 말은 이것이었다. "Let me out." '나를 놔달라는 것'이었다

자녀를 강제로 끌고 가는 식의 가정교육은 부작용이 많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동기부여이다. 자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잘 알아서 나름대로 흥미를 갖게 하는 일이다.자녀도 자기 생각이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있다. 부모가 자기 뜻만 완고하게 내세우면 부모와 자녀의 사이만 나빠질 뿐이다.

'자녀가 하고 싶어서 할 때 공부가 잘 될까? 아니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강제로 시킬 때 공부의 능률이 오를까?' 두말할 필요 없이 자발적으로 공부할 때 능률이 훨씬 오를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급한 마음에, 또 우리 아이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억지로 말의 머리를 물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셈이다.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부모 자녀의 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마음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이다. 목이 마르지 않은 말도 물가에 데려다 놓으면 언젠가는 물을 마시게 된다. 물가에서 물을 보는 것 자체가 말로 하여금 물을 마시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아이들에게 무엇을 억지로 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무엇을 스스로 하게 할 수는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물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 스스로 물을 마시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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