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횡령사건·회사 매각 과정 갈등… 흉기 휘둘러

[중부매일 신동빈·이재규 기자] 버스회사(이하 회사)에서 1년 사이 2번의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앞선 사건의 피해자였던 노조위원장 A(75)씨는 다음 사건의 피의자가 됐다.

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청주의 한 버스회사는 A씨 삶 그 자체였다. A씨는 1970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또 50여 년간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았다.

2005년 회사경영이 어려워지자 A씨는 사재를 털어 부도를 막기도 했다. 자신의 돈으로 직원 퇴직금 등을 정산해 준 그는 회사의 지분을 일부 확보하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회사 운영은 창립자의 자손 B씨 등과 함께 했다. A씨가 지분을 확보한 이후 회사는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회사 내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위기를 맞는다.

회사 직원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5월 회사직원들의 횡령 정황을 파악했다. 회사 직원들 중 일부가 수익금을 빼돌린 것이다. 5년여 간 빼돌린 금액은 수십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A씨는 수개월간 조사 끝에 직원들 일부에게 6억여 원의 돈을 환수했다. 하지만 수십억원 규모의 횡령손실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금원이 환수되기는 했지만, B씨 일가 횡령문제 등 큰 줄기는 경찰이 수사를 하는 등 아직 진행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지면서,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횡령 사건과 코로나19로 회사가 최악의 경영난에 빠지자, 직원들 중 일부는 회사 치부를 드러낸 A씨를 비난했다. 결국 지난해 7월 18일 횡령사건에 연루돼 있던 직원 C씨는 퇴직권고를 받자 A씨를 살해하기 위해 회사 노조위원장 사무실에 불을 질렀다. A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면서 회사는 회생불능의 상황에 이르렀다.

회사경영이 더 어려워지자 A씨는 또다시 사재를 털어 직원 월급을 댔다.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넣은 그는 6월 월급지급일을 앞두고 막다른 길에 놓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에 장기간 근무한 한 직원은 "이번 사건은 A씨가 월급문제로 대표 B씨를 만나러 갔다가 일어난 것으로 안다"며 "A씨가 회사 살린다고 자기 돈을 20억이 넘게 쓴 걸로 아는데, 마지막 순간 B씨를 만나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2일 오후 7시 25분께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음식점에서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그는 현재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회사 공동대표인 B씨는 타 업체에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회사 매각준비 과정에서 이들의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보고 범행동기를 면밀히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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