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윤희 수필가

신록이 무르익고 있다. 이양하 수필가는 말했다. '신록에는 우리 사람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고. 그랬다. 이상한 힘, 신록은 한창 물오르는 청소년이다. 청소년은 미래를 끌어나갈 동량이요. 우리나라의 힘이다. 그들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고 있는 '진천군장학회'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했다.

교육이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다.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내고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초석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밥을 굶어가면서도 자식의 교육은 시켜 왔다. 심지어 일제에 주권를 빼앗겼을 때,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가장 우선 했던 것이 교육이었다.

진천 출신 보재 이상설 선생의 경우, 독립운동을 위해 전 재산을 팔아 중국으로 망명하여 맨 먼저 학교 세우는 일부터 했다. 1906년 용정에 터 잡은 항일 민족학교 '서전서숙'이다. 그의 사촌 이상직은 진천에 '사립 보통상산학교'를 세워 민족의식을 깨우고자 했다. 또한 마지막 황실 경호를 맡았던 이월 출신 신팔균 장군은 일제에 의해 군대가 해산당하자, 고향으로 내려와 이월초등학교 전신인 보명학교에서 후학을 교육하며 의병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에서 항일 독립군 간부 양성에 힘썼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이들은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를 대승으로 이끄는 데 당당히 한몫해냈다. 이렇듯 나라를 잃고 어려운 시기, 먹고 살기에 급급했어도 선조들은 교육을 중시했다. 교육이 곧 미래요, 희망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반석 위에 올라선 것도 교육 덕분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현재 '진천군장학회'를 활성화해 운영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앞으로 진천을 짊어지고 갈 청소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다.

진천군장학회는 1993년 7월, 각 사회단체, 기업, 지역 인사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3억 3천8백7십만 원의 출연금을 모아 창립하였다. 그해 60명의 학생에게 5,8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진천의 미래,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첫 등불을 밝힌 셈이다.

초대 김명제 이사장을 비롯하여 역대 군의회 의장이 이사장을 맡아 오면서 민간기탁금에 의존하던 것을, 2006년 6대 이사장에 유영훈 진천군수가 당연직으로 취임하면서 매년 5억 원의 군 출연금을 내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인재 양성에 민. 관이 함께 발 벗고 나선 것이다.

2016년, 7대 송기섭 이사장에 이르러 드디어 '100억 원'의 목표를 달성했다. 2023년 5월 현재는 119억 원의 기금이 조성되었고, 그간 4천 934명의 장학생을 선발하여 총 32억여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대상도 다양하다. 다자녀 인센티브, 특기장학생, 다문화, 북한 이탈주민 자녀, 희망사다리 장학생, 성적우수장학생, 효행 학생 등이 수혜를 입었다.

발족 30년 만에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갖고 특별 장학금을 지급했다. 유치원생에서부터 80에 이르는 어른까지 말 그대로 특별한 사람들이 대상이 되었다. 문해교육 중학교 단계를 거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해 우석대학교 정규 학생이 된 노령 만학도들에게는 큰 격려와 함께 각 100만 원씩 지급했다. 나이 70을 넘어 80에 접어들었어도 대학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분명 청춘이다. 싱싱 물오르는 신록이다.

결혼을 피하는 시대, 어렵사리 결혼하고서도 아이 낳기를 꺼리는 요즈음 올망졸망 다섯 남매를 키우는 가정에도 봉투를 건넸다. 이 얼마나 장한 일인가.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보기만 해도 나풀나풀 풀빛 미소가 절로 물린다.

김윤희 수필가
김윤희 수필가

청소년은 그 자체로 싱그럽고 향기가 난다. 그 향기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번져 아름다운 인간 세계를 구현하는데 중추가 될 것으로 확신하듯 작달비 한 줄금 시원하게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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