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74.3% "결혼 꼭 안해도 돼"… 남보다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

편집자

흔히 2030의 대명사로 불리는 'MZ세대'들의 사회상에 대해 알아보는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진행돼 눈길을 끈다.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5일까지 2주 동안 139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 내용은 결혼, 취업, 정치·사회 참여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총 3회에 걸쳐 MZ세대의 사회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MZ세대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 이곳 저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뉴스나 광고 등 미디어에서나 나오던 말이 이제는 주요 정책결정자나 정치인들의 발언에서도 흔히 등장하고 있다. M세대(밀레니얼 세대: 1981년생부터 1996년생 출생자)와 Z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의 출생자)를 합쳐서 부르는 신조어라고 정의되는 이 용어는 우리 사회에 갑작스럽게 등장해 화두가 되고 있다.

MZ세대의 당사자격인 대학생이나 청년들은 이러한 용어나 세대 구분에 대해 때론 반발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MZ'라는 용어가 자신들의 특성과 개성은 무시된채 단순히 세대 구분을 위한 용도에 국한되거거나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는 세대' 정도로 규정되어 비판과 풍자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또한, 기성세대가 단순히 이를 이용만 할뿐 자신들의 목소리나 관심사, 필요에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진짜 MZ' 세대의 현실과 그들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그들의 결혼, 취업, 정치·사회 참여 인식과 관련된 모습을 들여다보자.


# 외로운 싸움… MZ세대의 현실

A씨는 요즘 졸업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바로 취업 걱정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을 다니며 나름 현장 경험과 전공 지식을 쌓아 왔지만 취업의 관문에 발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꿈과 진로를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였던 A씨였지만, 줄어든 공채나 기업 탐색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할 때는 그 눈에 불안함이 비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를 준비하는 젊은 장교 B씨, 자신의 전공과 진로 간의 괴리감으로 고민하는 C씨, 경제적 어려움으로 당장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한 D씨 등, 많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청년들은 홀로 각자의 삶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실의 여러 장애물이 꿈을 향해 달리는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MZ세대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20대 사회초년생과 대학생들 절반 이상은 현재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물가 상승에 의한 생활비 부담을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19를 거치며 높아진 물가와 전·월세 비용으로 인해 많은 대학생들이 생활비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의 증가폭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2023년 5월 기준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대비 3.3% 상승했다. 전기료는 1분기와 2분기 요금 인상폭 합계가 kWh당 21.1원으로 25.7% 인상됐다.

이렇듯 청년들은 전방위적인 물가 압박 속에서 취업과 진로의 좁은 관문을 헤쳐나가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다양한 상황을 고민해야 하는 MZ세대들의 결혼, 소비, 취업에 대한 인식은 기존과 크게 다르거나 다양해졌다.

# 결혼, 동거, 연애에 관한 인식의 변화

우리나라의 결혼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결혼보다 비혼주의가 많아졌다. 설문조사에서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응답자들은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 6.6%(9명), '그렇다' 15.4%(21명), '그렇지 않다' 44.9%(61명), '전혀 그렇지 않다' 29.4%(40명)로 나타났다.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합하면 22.0%,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를 합한 결과가 74.3%로 나타났다. 거의 대부분이 '결혼은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결혼 전이라도 남녀가 동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 26.5%(36명), '그렇다' 61.8%(84명), '그렇지 않다' 5.9%(8명), '전혀 그렇지 않다'는 2.2%(3명)로 나타났다.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합한 결과가 88.3%로 나타나 대학생들은 절대 다수가 '동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을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대학생 응답자들은 대체로 경제적인 문제, 출산, 양육, 여성의 경우 경력 단절, 자유,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상, 불확실한 미래, 책임감, 사회적 분위기 등을 들었다.

대학생 E씨(24·여)는 "결혼은 희생"이라고 말했다. 책임감이 커질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일방적인 희생이라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자신을 '거의 비혼주의자'라고 말했다. 요즘은 비혼주의자라는 사람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E씨도 자신과 꼭 맞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동거에 대해서는 결혼을 하든 안하든 그 사람에 대해 알려면 동거를 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결혼에 대한 반응을 볼 때, 나 자신의 행복이나 나 자신을 우선시 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이렇게 생각할까? 결혼에 대해, 행복보다는 책임감이나 경제적 부담감과 같은 인식이 마음속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 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천명당 혼인 건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30대 청년들에게 결혼을 꼭 해야하는 지에 대해 물었을 때 열에 아홉은 '결혼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또 조혼인율(천명당 혼인건수)도 감소하며, 결혼을 한 부부들의 출산율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서도 결혼, 연애, 부부생활 관련 콘텐츠가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이 큰 것을 반영한다. 이 문제에 대해 미디어에서는 긍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결혼이나 부부의 삶을 보여줄 때 행복한 부분보다는 갈등이나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흔하다. 인터뷰에 응한 E씨도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결혼 생활도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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