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검은 등 뻐꾸기가 운다. 들을 때마다 요상하게 들리는 까닭이 뭘까.

뻑 뻐꾹 뻑뻐국 거리며 우는 뻐꾸기의 소리도 요란하다. 남의 둥지에 새끼가 태어나 "내가 네 어미라고" 알리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부터 뻐꾸기는 얌체족이며 뻔뻔한 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의 새끼를 제 새끼와 구분을 못하고 멍청하게 모성애를 쏟아 붙고 있는 바보스러운 어미 새의 둥지는 어디에 있을까.

어린 시절 순하고 착하다는 초식 동물인 토끼를 길렀다. 토끼는 말을 못하는 벙어리다. 토끼장 밖을 나와 개의 눈에 뜨이면 개는 토끼를 물어 죽였다. 쫓기다가 죽음을 당하는 꼴을 보면서 어린 나는 짹소리한번 치지 못하고 죽어가는 토끼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동물임을 알았다. 번식력이 강한 토끼는 암수가 만나면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는다. 젖을 멱이면서도 임신을 하고 새끼를 떼자마자 또 새끼를 낳는다. 가슴 털을 다 뽑아서 산실을 꾸미고 고물거리는 새끼를 낳는다. 모성애를 총동원 했다. 새끼를 낳고는 무엇이 못 마땅했던지 정숙한 산모가 빨간 눈을 뜨고 포악스러워 졌다. 둥지의 새끼를 흩어 버리고 새끼를 오물거리며 뜯어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 얼마나 충격적이던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동물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며칠 전 영아 유기 사건 뉴스를 접했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할 짓이 아닌데 어찌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이린 시절 보았던 포악스러운 토끼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했다. 그런 말이 왜 생겨났는지 깊이 음미 해 볼일이다. 성이 물란 해지고 서구화 되면서 어린 청소년들이 저지른 사건이라도 놀라운 일이다.

성인 남녀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있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다. 열달 동안 품어 낳은 자식을 죽여 냉장 보관을 하다니 끔찍스러운 사건이다.

자유로운 영혼이 좋다고 싱글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미혼모들이 기아급수 적으로 늘어나는 세상이기도 하다. 주사랑 교회에서는 베이비 박스를 설치하고 미혼모들을 돕기 위하여 애쓰고 있으며 400명의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을 수 없어 인공 수정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식을 두고 싶어서 입양을 원하는 부부들도 있다.

사람이라면 심성이 고와야 한다. 더욱이 여성이라면 자식을 보듬고 길러야 하는 심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래야 마음 놓고 남의 자식을 입양 해다 키울 일이다. 심성이 곱지 않은이가 낳은 아이를 어떻게 무서워서 입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6.25 전쟁이 일어나고 세상이 가난한때 돌림병으로 아버지는 저승길을 가셨다. 맏이인 내나이 일곱 살, 막내 동생은 백일도 지나지 않았다. 밤톨 같은 삼남매를 어머니 품에 두고 가셨다. 어머니는 당신인생을 희생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얼마나 사랑이 넘쳤던지 난 어버지 생각을 간절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여성이 설 자리가 없었던 시대이었지만 어머니는 대쪽 같은 자존심을 가지고 오직 자식들 배불리 먹이고 등 따습게 잠재우고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으로 사셨다.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고생을 보고 자란 탓이지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다.

이혼가정이 늘어나고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세상이 되었다. 자식을 낳았으면 아비나 어미 중에 누군가는 꼭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우리는 한 부모 가정을 바라보며 손가락질도 하지 말아야 하며 서로 사랑하고 인격을 존중하고 살아갈 때 이세상은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정부에서도 안정된 일자리도 주선해 주고 경제적인 도움을 줄 때 아이들이 마음 놓고 바르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성들이 아이들을 기르고 사는 가정은 이웃들의 따듯한 손길이 필요하다.

뻐꾸기 같은 사람. 토끼 같은 사람이 아닌.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라면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질줄 알았으면 좋겠다.

청아한 소리로 새들이 노래를 부른다. 또 한바탕 소나기가 내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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