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나는 영화를 정기적으로 관람할 만큼 마니아는 아니지만 흥행작은 가급적이면 챙겨보는 편에 속한다. 올 2월 초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영화 아바타2를 아내와 함께 관람했다. 2009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한 아바타1을 환상적이고 감동적으로 봤던 기억이 우리 부부를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어떤 영화는 보면서 간혹 졸기도 하는데 아바타2는 무려 3시간 10여분의 상영시간에도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내용과 구성 면에서 매력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얼마 전에 만났던 P도 공교롭게 영화 아마타2를 관람했다고 했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느낀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게 되었고, P의 남편과 아마타2와 얽힌 이야기를 의도치 않게 듣게 되었다. 어느 날 남편이 "아파타1을 TV로 재미있게 봤는데 영화관에서 보게 되면 얼마나 더 좋을까"라며 아바타2를 꼭 보러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평소 남편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았던 P는 남편과 단둘이 영화를 본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게 싫었다고 했다. P는 남편과 단둘이 영화를 보게 될 경우 느끼게 될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급기야 딸에게 영화를 함께 보러 가자고 제안했단다. P의 제안에 딸은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아빠와 함께 가면 영화 보러 가지 않겠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나는 P가 아바타2를 보러갔을 때 남편도 동행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P는 아바타2를 절실하게 보고 싶어 했던 남편을 배제하고 딸하고만 영화를 관람하고 왔다고 했다. 한번은 남편이 "아바타2를 보러 가자고 했던 것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고, 이에 P는 "딸하고 아바타2를 보고 왔으니 보고 싶으면 혼자 가서 보고오라"고 일말의 미안한 마음도 없이 태연하게 답했단다. 나는 P가 남편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 확실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남편의 반응과 마음이 어땠을지 유추가 되었다. 가족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한 남편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지도 미루어 짐작이 되었다.

아바타2는 가족 간에 서로를 애지중지하고 보듬으며 친밀감을 교감하고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삶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가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유대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나는 아바타2를 무척 보고 싶어 했던 남편과 아빠의 마음과 말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했던 P와 딸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들었을지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남편과 아빠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결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불쾌했을지, 영화를 관람하자고 애원했던 남편과 아빠를 배제한 것에 대해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유쾌했을지 상상만 많아졌다.

나는 P의 처신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남편이 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따돌림을 당할 만큼 가족들에게 감내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주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P에게 들었던 "가족이 외식을 하러 갈 때도 남편만 쏙 빼 놓고 아들과 딸하고만 가는 경우가 흔하고,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 식구들이 거실에 있다가도 각자 방으로 들어가 피한다."는 말도 상기되었다. P가했던 말을 되짚어보며 혹여 남편이 매사 자기 뜻대로 하려는 극도의 이기심과 가족들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악성적인 이기심을 발현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P의 이야기 속에서 가족들 간에 친밀하고 돈독한 관계보다는 냉랭하고 불편한 관계로 지내온 시간이 너무나 길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에 대한 존중보다는 무시하는 심리가 습관화되어 확고한 패턴으로 굳어진듯해 보여 안타까웠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건강한 관계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좋은 관계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여겨진다. P와 헤어진 후 가족 간에도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상호 존중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