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종열 전 음성교육장

언제나 기쁨과 희망이 해일처럼 넘쳐흘러야 할 신성한 학교에서 연이어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들을 접하며 경악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교육이 무너지고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 속에서 클로즈업되는 선생님들의 서글픈 모습, 과연 추락의 끝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보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새내기 1학년 담임여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남학생에게 수십 대를 맞아 전치 3주 진단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의자에 앉아 있던 교사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잡아당겨 의자에서 넘어트려 목 부위의 심한 통증으로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는 '군사부 일체'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교직을 '성직'이라고까지 하였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사람이 사람을 낳는 것도 어렵지만은 사람을 낳는 일보다 더욱 어려운 일은 사람을 기르는 일이고, 사람을 기르는 일보다 더욱 어려운 일은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한다.

교사의 사기와 권위가 추락하여 학교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이제 존경받아야할 스승의 자리는 교실 어디에도 없고 교육현장에는 소신껏 학생지도를 하기가 어렵다는 한숨소리만 요란하다. 학생의 인권은 강조하면서 교권을 소중히 하지 않은 결과로 빚어진 업보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시대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 학생으로 사는 것 보다 훨씬 어렵고 가끔은 길이 안 보인다고 한다. 각박한 세상과 메마른 인정을 원망하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작금의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교육자의 위기가 바로 교육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교육이 희망이라고 말하고 내일의 역군이 청소년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런 역군을 키우는 게 교사들이라는 사실을 저버리고 있다. 그 무거운 짐을 지게 하려면 교사들의 권위를 세워주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중요한 성업이다. 그래서 모두가 무너지고 내려앉아도 교육이 무너지면 끝장이다. 기업이 일시 가라앉고 가정경제가 어려워도 교육이 살아 있으면 희망이 있다. 왜냐하면 교육은 국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무너진 둑처럼 교사의 사기와 자존심, 학교의 권위와 신뢰는 쉽게 복구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교사가 힘을 잃으면 아이들의 눈빛이 흐려지고 아이들의 눈빛이 흐려지면 나라의 장래가 어두울 것은 자명하다. 교사가 존경과 신뢰를 잃으면 교사의 말이 아이들에게 먹히지 않기 때문에 학습의 효과도 떨어지고 인성교육이나 창의성 함양도 불가능해 진다. 결국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이 볼 수밖에 없다.

문득 언젠가 읽었던 이야기 한토막이 떠 오른다.고관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자기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줄 알았다.모든 사람이 자기 아버지 앞에서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 그럴 법도 하였다. 당연히 학교 선생님 알기를 우습게 알았고 학교에서의 생활은 개망나니 생활일 수밖에 없었으며 아이는 자꾸만 비뚤어져 가게 되었다.

그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집으로 담임선생님을 초대했다.담임선생님께서 초인종을 누르자 아버지는 맨발로 뛰어나가서 선생님을 맞아들였다.그리고 담임선생님을 상석에 모시고 지극히 공경하며 대접했다.이것을 본 아들은 이 세상에서 자기 아버지가 제일 높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높은 사람이 바로 학교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코웃음을 치며 따르지 않던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게 되었고 나중에는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인물로 자라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교권참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의 인권을 강조하다보니 마땅한 통제수단이 없는 선생님들은 그저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교사가 아이들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되지만 학부모들도 교사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위기의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힘없는 교사들이 교육의 한계 상황 앞에서 의기소침 한다거나 무력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교권은 선생님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자녀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류종열 전 음성교육장
류종열 전 음성교육장

우리 교육의 미래를 밝혀줄 희망이 바로 교사다. 최근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부당한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한다. 더 큰 태풍과 해일이 오기 전에 교육부등 관계당국은 정신을 차리고 튼튼한 방파제를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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