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2주 지났지만 언제 영업 재개할 지 막막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삼거리는 아직도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이성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삼거리는 아직도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이성현

[중부매일 이성현 기자] "기록적인 폭우가 끝난지 보름이 넘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 삼거리는 스산했다.

이번 폭우로 인해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침수됐던 이곳은 최근 수해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거리 곳곳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당시의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청주 흥덕구지부와 강내면 행정복지센터 집계에 따르면 이번 수해로 인해 이곳 식당 33곳이 침수됐다. 

주택 54동, 상가 188동도 물에 잠겼다. 

이날까지 정확한 피해액의 집계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들은 생계를 이어갈 삶의 터전과 묵을 곳 마저 잃어 막막한 상황이다.

강내면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조규성(68)씨는 이번 수해로 1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조 씨는 "36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런 수해는 처음"이라며 "침수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야외에서 장비를 건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내부 습기를 말리기 위해 매일 선풍기를 돌리고 있지만 언제 영업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며 "설령 피해 복구가 되더라도 이미 손님 발길이 끊겨 재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변(58)모씨 역시 "괴산군과 오송읍처럼 강내면도 똑같은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강내면은 피해보상과 수해 원인 규명에 대한 논의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폐업을 결정한 곳도 있었다.

2년간 애견숍을 운영했던 이(40)모씨는 "은행에서 1억3천만원을 빌려 가게를 차렸지만 이번 수해로 애견 사료와 간식들이 전부 물에 잠겼다"며 "가게를 재오픈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비용이 필요해 차라리 폐업을 결정했다"고 푸념했다. 

지난달 31일 강내면 주민들은 강내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강내면 침수피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박민경(51)씨가 강내면 주민 대표로 나서 재발 방지 대책과 지원책을 강구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성현
지난달 31일 강내면 주민들은 강내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강내면 침수피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박민경(51)씨가 강내면 주민 대표로 나서 재발 방지 대책과 지원책을 강구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성현

이날 강내면 주민들은 강내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강내면 침수피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출범식을 가졌다.

출범식에는 임병운 충북도의원, 허철 청주시의원, 조방형 강내농협 조합장 등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민경(38)씨는 "이번 수해는 명백한 관재(官災)지만 현재 지역 내 공공기관들은 떠넘기기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는 궁평2지하차도 참사로 인명피해를 입은 오송에만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물적 피해가 막심한 강내면에도 재발 방지와 지원대책, 지원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경제적 한계 상황으로 내몰린 주민들의 제2, 제3의 인명피해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삼거리는 아직도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곳의 한 상인이 인적이 끊긴 거리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성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삼거리는 아직도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곳의 한 상인이 인적이 끊긴 거리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성현

조필준 강내면 침수 피해 대책위원장도 "강내면은 매년 침수 위험에 놓여있다"며 "강내면 침수 피해 원인으로 지목된 석화 배수장 문제를 농어촌공사에 충북지부에서 증설하겠다고는 했지만 설치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당장 폭우가 언제 더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 기약 없이 석화 배수장 증설만을 기다리기엔 주민들 불안감이 크다"며 "빠른 시일 내 침수 피해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수해지원금과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지만 피해 주민들을 위해 조속히 관련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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