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마린' 색 넘어 닿을 수 없는 시·공간"
자연 향한 삶의 발자취, 시적 여백으로 작품에 표현

8일 청주시 상당구 우민아트센터에서 열린 우민미술상에서 수상자 김윤수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재원
8일 청주시 상당구 우민아트센터에서 열린 우민미술상에서 수상자 김윤수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자연을 향하고 사유적이기도하고 여백이 많기도 한 작업을 알아봐주시고 따스한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 찬찬히 살펴야 보이는 오랜 작업의 시간들을 좋은 관점으로 바라봐주셔서 따듯한 격려로 다가온다."

제22회 우민미술상 수상자인 김윤수 작가는 8일 시상식을 앞둔 인터뷰에서 중견작가로서 꾸준히 추구해왔던 작품세계를 차분한 어조로 풀어냈다.

김 작가는 감각적이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울트라마린'이라는 색을 통해 전하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주목하고 삶의 발자취를 사유화하는 작업의 의미를 담담하게 전했다.

"울트라 마린은 바다저편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단순히 색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멀고 아득한 닿을 수 없는 공간을 이야기 한다. 저에겐 '울트라마린'이란 이름의 안료, 파스텔, 물감 등을 수집하는 일은 하늘과 바다, 산과 구름사이의 빛깔들을 담아오는 것이다.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법칙을 넘어서 닿고 싶은 저편의 세계다. 하늘, 바다도 파랗지만 눈에는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색채다. 저에게 파랑은 대기의 색채이고,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관계이기도 한다. 경계의 사이를 메우는 색채의 온기를 갖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고유한 조형성을 미학적으로 제시받고 있는 김 작가는 그동안 얇게 자른 골판지를 감아서 쌓아 올리는 방식의 입체 작업, 발바닥 모양 비닐을 중첩적으로 쌓아 올려 독특한 형상을 만드는 설치작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회화(드로잉), 조각, 설치 등 내밀하고 감성적인 메시지를 시각화 해온 작가로 인정받았다. 이번 우민미술상 심사위원들은 '주제를 선명히 드러낼 수 있는 매체 선택과 활용방법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녀가 작품활동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숲길을 걷고 주변을 돌아보거나,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일상의 삶에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과 사라지거나 잃어버린 것, 순간들에 주목하게 된다. 무르고 희미한 경계의 여러 지점들을 찬찬히 더듬어가는 작업은 무아의 상태에 다가서게 하고, 무한함을 느끼게 한다. 비로소 드러나는 형상을 통해 마음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제 작업도 둥글게 원을 그리며 초연히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순환처럼 그렇게 삶이,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자연을 향하는 그녀의 작업들은 마치 시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은유적으로 표현된 시 한편처럼 그녀의 작업들도 무관치 않아보였다. 김윤수 작가에게 좋아하는 시인을 꼽아달라고 했다.

"사실 좋아하는 시는 너무 많다. 백석 시인, 소설을 쓰는 한강의 시도 좋아하고, 이상의 시도 좋아한다. 누구를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좋은 작가분들이 많다. 시는 낱말과 낱말 사이의 행간이 중요하고 제게 크게 다가온다. 제 작업이 그런 부분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마다 쓰는 언어의 흐름이 다르고, 시를 읽으면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듯한 청각적인 느낌을 받는다. 말과 말 사이의 쉼표, 사이의 공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8일 청주시 상당구 우민아트센터에서 열린 우민미술상에서 수상자 김윤수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재원
8일 청주시 상당구 우민아트센터에서 열린 우민미술상에서 수상자 김윤수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재원

오는 2024년 우민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오롯이 준비하게 될 김윤수 작가가 펼쳐나갈 앞으로의 작품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전시를 계획할 때 공간을 천천히 돌아보고, 작품이 공간에 개입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내년 전시는 그러한 살핌의 과정 중에 있다. 시간과 공간을 담은 하나의 장소로서의 작품이 보다 투명하게 공간에 스미고,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상태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 저의 조각, 그림, 드로잉, 글, 아티스트북은 서로 다른 물질과 형식으로 보여지지만 그 기저의 구조는 다르지 않다. 하나의 세계가 끝없이 재구성되며 다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변주곡처럼. 앞으로의 작업도 무한한 깊이와 넓이로 나아가다보면 어느 곳에 닿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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