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누구에게나 어렸을 때는 장래에 무엇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그 꿈이 크게는 대통령에서 의사 변호사 판사 경찰 교사 등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서 혹은 자신이 바라본 멋진 모습에 반해서 희망직업으로 꿈을 꾸기도 한다. 나 역시 장래에 국제 변호사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기 전에는 드라마를 보면 배우가 되고 싶었고 라디오를 들으면 성우가 되고 싶기도 했었는데, 자라면서 꿈은 상상 속에서나 이루어졌고 실제는 현실과 타협하면 할수록 꿈은 작아지고 멀어져 갔다. 꿈을 꾸면 설령 그 꿈을 다 이루지 못해도 근처에는 갈 수 있는 것인지 결혼 전에는 학원 강사로 지금은 외부강사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초등학교 교사가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 들어 자주 들려오는 소식은 어느 정도 교육 현장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 안타까웠다.

2년 전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날도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4학년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막 강의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교실 앞문이 열리더니 웬 남자가 인사도 없이 불쑥 들어섰다. 그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강사가 강의 중일 때는 뒷문을 이용한다거나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하는데 남자의 행동은 무례했다.

"이 자식들! 누가 내 아들 건드렸어. "

누구시냐는 내 질문에는 아랑곳없이 허리에 손을 얹고 두 명의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복도로 나오라고 했다. 실내화로 갈아 신지 않은 먼지 뽀얗게 앉은 남자의 슬리퍼 자국이 교실에 찍혔다. 아이들의 두려움에 찬 눈길이 남자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학부형이신가요? 담임선생님은 지금 여기 안 계십니다. 교무실로 가 보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불안해하니 당장 교실에서 나가 주세요."

잠시 후,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그 학부형은 달려온 선생님과 함께 교실 문을 나갔다. 남자에 의해 호명된 아이들은 머뭇거리며 일어섰고, 뒷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을 짓던 아이는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며 따라 나갔다. 나는 당장 교실 앞문을 잠그고 아이들에게 뒷문도 잠그라고 했다. 그리고 호명된 아이들을 앉히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아이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기억하라고 했다. 어른이 되어서 여러분은 절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만약 여러분들의 부모님이 이런 행동을 하려고 하면 여러분들이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무식한 행동을 말려야 한다고도 했다.

학교 밖에 대책 없는 학부형이 있다면 교실 안에서는 지도하기 힘든 학생들도 있다. 강의 시간 내내 부산스럽게 구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낄낄거렸다. 산만스러운 그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며 혹은 못 본 척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강의를 마쳤다. 담임선생님은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씀과 함께 한숨을 쉬며 자신이 세 번째 담임이라고 한다. 그 학생으로 인해서 처음 담임은 병가를 냈고 교장 선생님이 나서 담당하기도 했지만 담임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나 몰라라 하는 학부형과 눈치가 빤한 학생의 저항으로 지금의 담임선생님에게까지 왔다고 했다. 자신도 지금 휴직을 고민 중이라고 하시는데 그 눈빛이 한없이 슬프고 피곤해 보였다. 무슨 조언이 필요하겠는가. 잠깐 본 강사가 제시하는 강구책은 이미 현장의 선생님들께서 실행해본 것이었고 교무실에서는 끊임없이 다른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조사한 학생들의 희망직업 순위를 살펴보니 초등학생 희망직업의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교사였다. 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1위가 교사였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이룬 교사들에게 시름시름 않고 있던 교육현장이 선생님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마음과 올해도 학생들의 희망직업 1순위가 교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민원을 제시한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는 마음일 것이다. 그런 살기 좋은 사회를 꿈꾼다면 나는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겠다. 모든 것은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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