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정 사회적 인식개선 필요·보호체계 확보 시급

청주시 서원구 소재 청주복지재단에서 '청주시 출생미신고 아이들을 보호하려면'이라는 주제로 대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성현
청주시 서원구 소재 청주복지재단에서 '청주시 출생미신고 아이들을 보호하려면'이라는 주제로 대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성현

 

편집자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미신고 영아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위기임산부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청주복지재단은 지역 내 위기임산부의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위한 대담을 마련했다. 패널에는 배성희 청주해오름마을 원장, 윤기택 청주대학교 법학과 교수, 황혜원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출생미신고 현황은

배성희 청주해오름마을 원장.
배성희 청주해오름마을 원장.

▷배성희: 현재 우리나라의 출생 신고 제도는 자진 신고다. 부모가 아이를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미신고 아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병원에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출생 신고를 하는 출생증명서가 있지만 가정에서 출산하거나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출산했을 때는 '자진 신고'만이 출생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키우려는 의지가 없다면 출생 미신고로 문제가 발생한다.

▷윤기택: 해외에서는 진작부터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병원에서 바로 신고를 해야 하는 '출생통보제'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최근 '출생통보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기관에서 아동이 출생하면 의료인은 모의 성명·주민등록번호, 출생자의 성별·출생 연월일시 등의 출생 정보를 해당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체없이 모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시·읍·면의 장에게 출생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황혜원: 통계에 따르면 출생 미신고 영유아가 2015년부터 2023년 5월까지 2천267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256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청주에서도 불륜남의 아이라며 산모 남편이 출생신고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다.

현행 법제는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 또는 모에게만 맡겨두는 제도 때문에 부모가 여러 사정을 이유로 출생을 알리지 않으면 국가는 아동의 존재조차 파악할 수 없다.

대부분 OECD 국가들은 출생 통보의 의무를 의료기관에 부과하거나 부모와 함께 신고 의무를 갖도록 하고 있다.

반면, 부모에 의한 자발적 신고 의무를 두는 곳은 우리나라, 중국, 일본뿐이다.

 

미등록 아동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황혜원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황혜원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황혜원: 정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외 출산이라든가 미혼 부모 또 청소년 임신,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복합적인 사유가 작용해서 아동의 출생 신고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통계로도 62%가 가난과 무지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그런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과하지 않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을 사회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생미신고가 발생하게 된다.

▷배성희: 미혼모들 대부분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하게 되고 가족한테까지 비밀로 하는 경우들이 많다.

현재 '보호출산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입양특례법에서 아이를 입양시키기 위해서는 친모의 출생신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입양을 시키려면 본인의 신상과 가족관계를 알려야 하므로 이를 숨기려고 유기를 하게 된다.

또 혼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가 아닌 다른 남성의 아기를 임신 출산했을 때 출생신고를 하려면 배우자의 허락이 필요한 것도 이유다.

이밖에도 장애, 경계성 지적장애, 정신건강에 따른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에는 정확한 사고 판단과 정보취득이 어려워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다.


 

출생통보·보호출산제와 관련한 관련기관의 역할은

▷황혜원: 통계상 출생 아동의 99%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출생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의료기관에서 퇴원한 아동의 출생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관계등록 업무 담당 부서는 아동보호팀에 연계해 갓 태어난 신생아를 부모가 잘 양육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고, 양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어떻게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지 또는 적절한 대안적 양육이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법에 근거한 지침과 전담 인력 확보가 지자체의 아동정책 이행에 힘을 실어줄 수 있으며 출생 미신고 아동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윤기택 청주대학교 법학과 교수.
윤기택 청주대학교 법학과 교수.

▷윤기택: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반드시 국가에 출생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내년 7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영국 같은 경우는 2006년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는 '보호출산제'와 양립된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산모의 신상이 기재되므로 병원을 기피하는 산모가 생길 우려가 있다.

하루빨리 양측의 입장이 최대한 조율된 법안이 나와야 한다.



▷배성희: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련 특별법안'으로 여러 문제들이 보완될 예정이다.

위기임산부는 산전 산후 보호를 위해 한부모가족시설에 입소·산후조리까지 도움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보호출산으로 양육된 아이가 성장해 자신의 출생증명을 확인하고자 할 경우 모의 동의를 받아 확인할 수 있다.

병원에서도 앞으로 임신 주수가 많이 지났는데 초진을 온 임산부는 위기 임신부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역 내 자원 연계를 알려줘야 한다.

미혼모일 경우 한부모가족복지시설로 입소를 연계해 위기 임신부 출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충북에는 청주해오름마을

과 청주YWCA 상록수가 한부모가족복지시설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출생미신고 아동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배성희: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정에 대해 사회적 낙인이 없어져야 하고,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회 분위기 조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요보호아동이 발생한 경우 아동이 보호받을 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가정위탁, 시설보호, 입양 등 다양한 보호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또 대리양육이 필요한 경우 비용이나, 인력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어떤 환경에서든 아이들이 행복한 청주시가 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도 늘어나야 한다.

▷윤기택: 앞으로의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책임질 주역이다. 출산율이 점점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시점에서 부모가 제대로 책임질 수 없다면 나라에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아동을 위한 법이 가장 먼저 제정 돼야 하고 미등록 신생아들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태어난 자체로 존중받는 사회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황혜원: 청주시는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은 도시다. 그 명성에 걸맞게 시가 함께 책임지고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

특히 출생 미신고 아동이 늘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원가정에서 안전하게 낳아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가정 외 보호체계의 서비스 질 향상(아동양육시설,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등이 있다.

원가정에서 아동이 자라날 수 있도록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추진돼야 하며, 드림스타트를 통해 위기산모를 지원하고 질 높은 맞춤형 사례관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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