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미국의 부모들은 남에게 베풀라고 가르치고, 일본의 부모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한국의 부모들은 남에게 절대로 뒤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왕국인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국민 97%가 행복하다'는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부탄에 비해 훨씬 잘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하위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비교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다 보니 항상 부족감을 느끼고 불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의 하나가 '분노 공화국'인 이유 또한 비교 때문이다. 상대를 파트너가 아닌 비교 대상으로 여기면 공격적이고 적대적으로 대하게 된다. 게다가 남과 비교하면 자신에게도 거칠어진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와 비교할 때 불행이 생긴다. 세상 사람들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 삶 또한 모두 다르다. 꽃의 색깔과 향기가 다르듯 인생을 살아가는 모양 또한 다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서 좋아하는 꽃도 다르다.  

  늘 아름다움을 뽐내던 장미꽃이 호박꽃에게 말했다.

  "야, 호박! 호박꽃도 꽃이냐?"

  그러자 호박꽃이 대꾸했다.

  "야, 그러는 넌 호박이라도 열리냐?" 

  호박꽃과 장미꽃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즐김의 대상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몇 년 전, 한 여성잡지에서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했다. 

  '우리나라 남편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1위는 바로 '이웃집 남편'이었다. 이유 중 하나가 흥미롭다. 옆집 남편은 돈도 잘 벌어오고 인간성도 좋고, 날이면 날마다 부인한테 비싼 옷도 덥석덥석 사주고 집안일도 척척 해내고 게다가 아이들 교육에다 처갓집 일도 꼼꼼히 챙겨주는 걸 잊지 않는다니 얄밉지 않은가? 비교 때문에 생긴 우스개 같은 진실이다.

  중국 음식점에서 한 사람은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짜장면을 시키고, 한 사람은 짬뽕이 먹고 싶어서 짬뽕을 시켰다. 그런데 짜장면을 시킨 사람의 눈에는 짬뽕이 더 맛있게 보이고, 짬뽕을 시킨 사람의 눈에는 짜장면이 더 맛있게 보였다. 자신의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떡이 항상 커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평, 불만하게 되고 결국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사람을 비교하면 '세 사람을 죽인다.'라는 말이 있다. 먼저 비교하는 사람, 둘째 비교 당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비교 대상이다. 탈무드에는 "형제의 개성을 비교하면 모두 살리지만 형제의 머리를 비교하면 모두 죽인다."는 말이 있다. 유대인 어머니들은 '남보다 뛰어나려 하지 말고 남과 다르게 되라'고 가르친다. 

  여덟 살 때까지 열등아였던 아인슈타인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열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뉴턴이나 스피노자, 데카르트의 책을 독파할 정도로 강한 지식욕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선생님들이 그에게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기를 계속 강요했다면 지금의 아인슈타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공부를 잘하기 바란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부모는 흔히 형제자매나 또래 친구를 예로 들면서 다그치기 일쑤다. 아이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교문화는 자녀들의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증가시켜 부모와 자녀사이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 말이 바로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과 비교하면 열등감에 사로잡혀 비굴해 지고, 자신보다 낮은 사람과 비교하면 우월감에 사로잡혀 교만해 진다. 비교는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으로 몰아넣고 쉴 새 없이 아이들을 피곤하게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멀어진다. 

  비교를 하려거든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을 비교하여 자신감을 심어 주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장점을 찾아 신장시켜주는 일이다. 

  자녀를 비교하는 대신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도전에 대한 이해와 격려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와 좌절은 성장과정 중 하나이고 이를 격려와 지지로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하나같이 남들과 비교하지 않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교는 열등감과 시샘을 낳고 인간성을 파괴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삶은 보다 풍요로워진다. 아이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존재이다. 개개인의 개성 모두를 인정해주는 성숙한 비교문화를 지닌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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