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윤희 수필가

숲길을 걷는다. 숲은 생명이다. 살아 움직이는 활기요, 쉼이다. 바쁜 일상에서 한숨 돌리고 재충전을 위해 찾은 곳이 숲이다. 그중에서도 자연으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곳이란 명제를 달고 있는 '생거진천 치유의 숲'이다. 건강증진센터와 숯채화 효소원, 꽃마당 치유원, 그리고 치유 숲길, 명상욕장을 갖춰놓은 테마 공원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조용히 쉬어가라 한다.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힐링비채'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한옥 건물이 가장 먼저 나그네를 맞는다. 치유, 치료, 회복한다는 뜻을 함유한 힐링과 비채가 합성된 말이다. 비움과 채움의 의미를 지녔다는 안내문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몸과 마음의 욕심과 스트레스를 비우고, 삶의 생기와 자신감을 채워가라 한다.

또 다른 한옥 건물은 '숯채화 효소원'이다. 숯 온열 치유실이 있고, 효소 담그기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계절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우리는 허브 식초 만들기를 했다.

산책은 코스별로 주제가 있다. 체력과 여력에 맞게 선택해서 걸으면 된다. 제1코스는 물소리 맑음 숲길이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0.7킬로미터 길이 청각을 깨운다. 제2코스는 마음 치유 숲길이다. 촉각을 위한 1.2킬로미터 길이 펼쳐지고 제3코스는 숲 내음 숲길로 1.5킬로미터, 후각을 깨우는 길이다. 제4코스는 하늘 맑음 숲길이다. 시각을 위해 2.8킬로미터 길이 이어진다. 등산다운 등산을 하려면 생거진천휴량림과 연결된 무제봉까지 오를 수 있다.

삼삼오오 마음 맞는 이와 숲길을 조용히 즐길 수 있고, 체험을 신청하여 산림치유사의 도움을 받으며 숲을 즐기는 법을 아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정식 이름은 '생거진천 치유의 숲'이지만 흔히 '이월 치유의 숲'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끔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머리 식히고 싶을 때 한 바퀴 돌아오기에 맞춤한 곳이다.

산책길 중간중간 널찍한 나무 평상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체험객이 명상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나무와 나무 사이 걸쳐 놓은 해먹에 흔들흔들 몸을 맡겨 보아도 좋다. 어지러운 세상에선 이렇듯 가끔 흔들림에 내맡기면 머리가 맑아진다. 네트 그물에 비스듬히 누워 나뭇가지 사이로 드는 하늘을, 눈앞에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면 여유가 들앉는다. 가만히 눈을 감고 무념에 들면 부챗살로 스며드는 햇살에 몸이 따사로워진다.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았지만, 인공적인 냄새보다 자연 그대로의 맛이 살아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뒷동산의 느낌이다. 아무렇게 나 있는 이름 모를 잡풀이 외려 정겹다. 곡물이 심긴 밭에서 지겨운 풀로 눈총을 받던 여뀌가 이곳에서는 예쁜 꽃으로 사랑을 받는다.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아무 데나 얼굴 들이밀지 않고 제 살 곳, 제 역할에 충실할 때 대접을 받을 수 있음을 일깨우는 것인가? 산책길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활기차다. 다른 곳에 비해 계곡물이 많은 편이다. 물에서 발생되는 음이온을 흠뻑 받아들일 수 있다.

글에 관심 갖고 수필교실에 참여한 이들과 숲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끼니 공감대가 더 크다. 게다가 숲해설 전문가를 통해 숲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함께 하니 마음이 살져 오르는 느낌이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가지고 바닥에 작은 나무를 꾸며본다. 재미있다. 웃음이 난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미가 있다. 이것이 힐링이고 여유다.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김윤희 수필가
김윤희 수필가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덤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생성되는 것이지만, 남을 이롭게 한다. 면연력을 높이고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숲에 들면 나 역시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인다. 숲은 크고 작은 나무, 바닥의 잡풀, 이끼까지 한 가족으로 어울려 사는 모습이 교과서로 펼쳐있다. 사람 사는 법을 말없이 깨닫게 한다. 나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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