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부부의 인연이란 참으로 신묘막측(神妙莫測)하디.?남과 남이 만나 하나가 되어 아이를 낳고 키우며 행복을 만들어 간다.?때로는 삶의 무게가 너무 힘들어 지지고 볶고 싸울 때도 있다. 그러나 투박하지만 오래 끓을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는 뚝배기처럼, 서로를 위하는 진심은 변하지 않는 것이 부부사이다.?

그를 처음 본 건 대학생선교회 동아리 모임에서다.?까무잡한 얼굴에 큰 쌍거풀이 있는 맑은 눈을 가진 군인아저씨였다.?병장 말기 군복입은 그가 휴가를 나와 후배들을 격려하는 자리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는 학생이었고 그는 까마득한 선배님이었다. 그를 만나면서도 결혼 상대자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여름수련회를 마친 후 배낭을 메고 나그네의 삶을 체험하는 거지전도 여행을 했다. 누군가 밥을 주면 먹고, 잠을 재워주면 자고, 목마름은 생수로 채웠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손에 채워지는 체험들을 우편엽서에 써 보냈고, 답장을 주며 서로 비젼을 나누었다.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걸어가기로 했다. 우리의 부부됨이 하나님의 섭리임을 믿고 성경대로 살기로 약속하였다.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도 돌아서면 남이 되는 무촌(無寸)인 것이 부부사이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연애, 완벽한 결혼은 없다. 2% 부족한 그 무엇이 있기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부부지간의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함께 가정을 아루고 부부로 살아온 지 어느덧 사십년이다. 세월을 걷는 동안 힘들고 지칠때도 있었지만, 서로에게 쉴 곳이 되었던 순간순간이 결혼 생활이다. 둘이 하나가 되어 산다는 것은 상대방의 배려와 자신의 희생으로 오래참음의 열매를 맺는 삶의 연속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때로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던 사실을 결코 부인 할 수 없다.?살면서 갈등 없는 부부(夫婦)는 없다. 적어도 그 때 그 순간이 너무 힘들고 괴로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던 때 였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좁고 협작한 길을 헤쳐나올 수 있었던 부부사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절대 절명의 독립운동을 함께하는 동지애나, 세계평화를 위한 인류애로 똘똘 뭉친 그런 관계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결혼 40년 시간 여행 하는 동안 세 명의 사위들이 가족이 되었다.?그들의 가정생활을 들여다보면 부럽기 그지없다.?돈은 나중에 벌수도 있지만,?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현재에 투자하기로 한단다. 이 순간에 충실하자.''현재를 즐기자.'는 카르페디엠(Carpe diem)이 바로 이곳에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아내를 최고로 여기는 지혜로운 삶을 엮어가고 있다. 그들은 날마다 미?고?사?축 러브레터를 주고받는다. 사랑스런 말과 눈빛으로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축복해요.'이렇게 고백하며 산다면 싸울 일이 어디 있을까? 어쩌면 저리도 달달하고 예쁜 사랑을 하는지 작은 둥지마다 행복의 꽃들이 피어 났다.

아이들이 친정집에 와서 냉냉한 분위기가 느껴질 땐" 엄마도 아빠에게 미안해요 하고 먼저 말 한다면, 아빠는 금방 풀어지실 거에요."딸네미가 고집 센 엄마를 슬그머니 코치한다.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의미를 두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로 부터 부부(夫婦)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딸 셋을 둔 친정 엄마의 행복이고 특권이다.?

이경영 수필가
이경영 수필가

돌이켜보면 부부(夫婦)로 함께 살아가는 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 없지 않았다. 그를 믿고 의지하며 이 자리까지 함께 견디며 걸어왔다.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가 바로 부부다.'마음에 와 닿는 어느 시인의 말이다. 지나 온 시간을 돌아보며, 인생의 동반자로 다시 또 결혼 50주년을 향해 같은 곳을 향해 오늘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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