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살면 살수록 집안일은 한도 끝도 없이 많고 과중함을 체득하게 되고,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는 늘어나기만 한다. 삶의 버거움에 짓눌려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를 제대로 정리정돈하며 살기가 쉽지 않다. 결혼하고 줄곧 우리 집 청소를 담당했던 나는 청소를 빨리 끝내는 편이긴 하지만 흐트러진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를 꼼꼼하게 정리정돈하지 못하고 눈에 띄지 않게 수납장에 집어넣기 일쑤였다. 작심하고 집안을 정리정돈 할 때조차도 쓰지 않거나 지니고 있을 필요가 없는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를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소유욕과 물건을 수납장에 집어넣는 습관 때문에 수납장에는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들로 가득 채워졌다.

아내는 언제부턴가 16년째 살고 있는 집안 곳곳을 정리정돈 해야지 라는 생각에 부담감만 커졌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면서 스트레스만 받았다고 했다. 결혼하면서부터 맞벌이로 살아왔던 우리 부부는 정년퇴직을 하고 4년이 지난 후 얼마 전 급기야 16년간 집안 곳곳에 쌓여있던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를 대대적으로 정리정돈하고 버렸다. 우리 아들과 딸이 어릴 적에 즐겨 봤던 동화책도 아파트단지 내 도서관에 백여 권 정도를 기증했고, 언젠가 읽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책들만 남기고 오백여권의 책도 폐지로 버렸다. 16년간 쓰지 않고 쌓아 두었던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들을 꼬박 15일에 걸쳐 종량제 봉투 40개에 담아 버렸다. 기부할 수 있는 옷과 주방용품 등은 '아름다운가게'에 10박스 정도를 기부했고, 아들 명의로 오십만 원 넘게 기부금 영수증 처리를 받았다. 오래전부터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를 대대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싶었던 숙원이 해결되어 기분과 몸이 개운해졌고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쾌청한 가을날에 영월 여행을 다녀왔다. 양지 바른 곳에 자리 잡은 휴양림에는 좋은 기운이 가득했다. 옥에 티라면 욕실 세면대와 창틀 유리를 설치할 때 사용했던 실리콘 위에 낀 곰팡이가 눈에 자꾸 거슬렸다. 자연휴양림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곰팡이를 제거할 수 있는 용품을 꼭 챙겨 다니는 아내가 잠들기 전에 곰팡이가 핀 곳에 제거제를 듬뿍 발라 놓았다. 아침에 살펴보니 눈에 거슬렸던 곰팡이가 감쪽같이 없어져 깨끗해졌고 기분까지 산뜻해졌다. 내가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마음을 내는 일이 귀찮고 성가시지 않느냐"고 묻자 아내는 "아름다운 풍광과 쾌적한 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는 복을 누리게 된 것만으로도 다른 이용객들이 청결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정도의 수고스러움은 기꺼이 감당하고 싶다."고 했다. 자연휴양림을 이용할 때 객실 바닥에 찌든 때가 쌓여 끈적거리게 되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불쾌해지고, 방바닥이 뽀송뽀송하게 느껴지면 대접받고 환영받는 기분이 들어 유쾌해짐을 경험했던 나는 아내의 말에 공감이 갔다.

집안에 쌓여있던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를 16년 만에 정리정돈 한 이후 쾌적해진 집안을 볼 때마다 아내와 나는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집안을 청소하고 정리정돈 하는 일에는 좋은 기운을 끌어드리는 긍정의 에너지원이 있고, 일상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추동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작가 마쓰다 마쓰히로는 "우리는 주변이 더러울 때 청소를 한다. 그리고 깨끗해진 주변을 보면 왠지 마음이 뿌듯해지고 무슨 일을 시작해도 다 잘 될 것 같다. 일반적인 연구에서도 흐트러진 방, 또는 청소가 되어 있지 않은 사무실 등에서 계속 생활하면 혈압이 증가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목과 어깨가 무거워지고, 이유 없이 화를 낸다."고 말했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집안이나 수납장에 쌓여 있는 물건을 정리정돈하고 버리는 것만큼이나 마음에 쌓여 있는 부정적이고 나쁜 감정의 기운을 해소하는 마음공부도 중요해 보인다. 값비싼 물건도 수납장에 들어가 눈에 띄지 않으면 쓰임이 없게 되듯, 사람의 관계에서도 대면하는 시간이 뜸하게 되면 서먹서먹해지고 멀어지게 된다. 청소력의 위력이 마음이나 수납장, 관계에서 무엇을 담고 버리며 살 것인지를 화두로 삼게 이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