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11월 중순 월요일 새벽, 새벽예배 참석자들을 태우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갑자기 내려간 기온 때문에 얼굴이 따가웠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로션을 바르고 던져두었던 마스크를 찾아서 착용했습니다. 추위 때문에 얼굴을 보호할 목적이지요. 한결 나아진 상태에서 무사히 차량 운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찾아 쓰면서 지나간 2년 반 동안 마스크 때문에 고생했던 생각이 불현 떠올라 감사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코로나'라는 질병을 매일 들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감기 걸렸을 때나 한참 추운 겨울에나 썼을 마스크를, 사시사철 써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겨울에는 마스크 위에 안경을 껴야 하니 안경에 서리는 김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추운 날 바깥에 나가면 얼어붙는 경우까지 있어서 얼마나 괴로웠는지요. 결국 저는 작년 4월 겸사겸사 노안수술과 함께 안경을 벗는 수술을 하고 말았습니다. 또 여름에는 어떠했는지요. 무더위 속에서도 사무실이나 외출 시에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으니, 이중의 더위와 답답함 속에서 기약 없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지나갔습니다. 아직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마스크를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사람이란 얼마나 망각을 잘하는지요. 때로는 마음속에 맺혀 있는 어떤 일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하는 때도 없지 않지만, 너무 쉽게 지난날의 고통을 잊은 채로 살아왔습니다. 마스크 안 쓰고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매일의 삶에 매달려 허겁지겁 살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코로나 시기를 통해 깨닫게 되지 않았던가요. 만추의 계절, 겨울의 문턱에서 추위 때문에 마스크를 찾게 되니, 지나간 2년 반의 고통이 반추되며 지금 이 시각을 감사하게 됩니다. 주변에 치유하기 어려운 병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저와 모임을 같이 하는 선배 중에서도 본인이나 가족이 병으로 고통당하는 분도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뜬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올 한 해도 잘 지내와 감사합니다. 가정이나 일터, 섬기는 교회도 그렇습니다. 그 안에 왜 고통이 없었겠습니까. 이를테면, 교회도 갑작스러운 담임목사님의 이임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소위 청빙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좋은 분을 보내주셔서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돌아볼 줄 아는 사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모든 것이 내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하나님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그 은혜와 사랑과 배려에 답하기 위해 늘 주위를 돌아보며 타인을 위한 배려와 섬김의 마음을 내려놓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가진 재능을 가지고 서로 타인을 섬기고 도우며 살아가도록 지음 받았기 때문이지요. 추수감사절을 맞아 교회에서 작은 메모지에 감사 제목을 적어 모아 게시판에 붙였습니다. 저는 감사 제목이 너무 많아 그냥 "에벤에셀의 하나님, 임마누엘의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만추를 지나 초겨울에 들어섭니다. 추위가 닥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입니다.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잘 마무리해야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도와준 분들에 대한 감사입니다. 마음으로부터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분 한 분 기억하며 시간 되는대로 감사 전화를 드립니다. 좋지는 않지만 제 사무실에서 준비한 내년 달력을 하나씩 보내기도 합니다. 때로 점심이나 저녁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도움 아니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내 힘으로 살아온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과정마다 주위 분들의 배려와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기도시간에 드리는 기도처럼, 저도 이웃을 위해 덕을 끼치고 기쁨을 주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합니다. 제 목소리만 들어도, 제 얼굴만 봐도, 제 이름만 들어도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되는 '에너자이저(energizer)'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제대로 섬기고, 더 많은 것을 다른 분들과 나누며 살겠습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감사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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