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8년 가을에 필자는 충남 태안에서 살다가 서산시 죽성동으로 삶의 둥지를 틀었다.

죽성(竹城)이란 이름은 마을에 대나무가 무성하였고, 양대 2통에는 예전에 토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답으로 개간돼 흔적을 찾을 수가 없는데 아마 이곳에서 대나무(竹)와 토성(城)을 따서 죽성동으로 명명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그런데 서산시내에서 내가 살고 있는 죽성동에 오려면 반듯이 댓고개라는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댓고개는 석남동 1통과 경계를 이루는 석지 방죽을 지나서 양대선(시도 1호선) 도로의 고갯마루다. 어쨌든 나는 댓고개를 넘어서 34년이란 공직 생활을 영예롭게 정년 퇴임을 했고, 인생이 덧없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은 없었는지 좀 더 베풀고 도와주고 따뜻한 정으로 배려할 것은 없었는지 반성과 후회만이 남았다.

그래서 맨 먼저 사회에 나와 시민들에게 무엇으로 봉사를 할까 생각 중에 '지역아동센터 후원회' 이사로 활동하며, 부모를 일찍 여읜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잘 자라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일에 동참했다.

그리고 석남성결교회 장로가 돼 굳은 믿음과 의지로 그동안 즐겼던 술과 담배를 모두 끊고 인생 2막을 봉사로 살아가고자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 사무국장으로 임명돼 봄철 벚꽃축제와 먹거리 골 축제, 여름철 감자 축제 행사와 거리음악회를 개최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기도 했다.

한편 석남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돼 고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으로 당선되어 아파트 입주민에 대한 권익 신장과 쾌적한 생활 환경 조성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0년 봄부터 현기증을 동반한 갑자기 쓰러지는 졸도 현상이 심해 서울 모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입원 다음 날 새벽부터 각종 검사를 수차례 거친 후 마지막으로 심혈관 조영술에 의한 혈관 검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검사결과 혈관은 막히지 않았으나 기형 심장을 가진 희귀질환자로 판명이 났다.

그래서 입원 3일 만에 중환자실을 거쳐, 심장 박동수를 정상화해 몸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인공심장 박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다.

이렇게 어려운 수술을 받던 날 밤은 수술 부위가 너무나 아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입원실 내에 걸려있는 "우리는 어떠한 생명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치유하고 사랑으로 보살핍니다."라는 글귀가 내 마음을 한없이 안정시켜 주었다.

수술 경과가 너무 좋았고, 현기증과 갑자기 쓰러지는 졸도 현상도 없어 수술 몇일 만에 퇴원했다.

지금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으로 문인들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모든 회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발전된 문학단체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모든 조직은 처음에는 작지만 우리들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점령할 때까지 성장 한다"고 누군가가 말했듯이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 회원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문학예술 발전에 노력하도록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예술처럼 아름답게 가꾸며 열심히 살아가라' 뜻일 것이다.

먼 훗날 나의 기억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좌절과 시련을 극복하고 인생 2막을 봉사로 열어갈 것이다.

최병부(사)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최병부(사)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알래스카의 고래는 출산을 위해 추운 바다에서 열대 바다로 7천 킬로미터를 온갖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면서 달려온다고 한다. 아울러 나도 또 한 해를 보내며 오늘의 기쁜 출산을 위해 어떠한 난관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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