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종령 전 음성교육장

요즘 아무나 닥치는 대로 폭행하거나 살해하는 끔찍한 묻지마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국민은 불안하다. 지하철, 길거리, 산책길, 동네 뒷산 등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 어디에서든 누구나 순식간에 흉악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살벌하고 황폐해졌는지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얼굴만 보면 누구나 다 사람 같은데/ 마음을 살펴보면 간혹 짐승인 사람도 있네./ 어떤 사람은 사람답고 어떤 사람은 사람답지 않으니/ 얼굴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기를"

위의 시는 숙종∼정조 연간의 선비 임광택(林光澤)이란 분이 썼다. 아마 당시에도 이렇게 인간이기를 포기한 못된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다른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세상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썼을 것이다 

우리는 악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사람을 봤을 때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이라고 한다. 사람 탈을 썼다고 모두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이 사람다움을 잃으면 짐승과 다름없다. 

자식을 가르칠 때 사람 인(人)자 다섯 자 써놓고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훈계하기도 한다. 

사람과 짐승의 구별되는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짐승들은 본능대로 막 살지만 사람은 이성으로써 본능을 절제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사람답게 사는 모습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도 있지만 사람이야말로 키운 대로 거둔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을 똑똑하게 기르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사람다운 사람이 돼야 한다고 자녀들에게 말하기보다는 공부 잘해서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돼야한다고 하기보다는 돈 잘 버는 사람이 돼야한다는 것을 더 강조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사람다운 사람이 될 때 가능한 것이다.

미국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야기이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반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여러분은 장차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아이들이 다투어 대답했다.

"저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는 의사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가필드는 대답이 없었다. 선생님이 다시 물으셨다.

"가필드는 무엇이 되고 싶니?" 

"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모두들 깔깔대며 웃었고, 선생님이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니?" 

"예, 사람다운 사람이 되겠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무엇이 되겠습니까?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러자 웃던 학생들 모두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솝이 어렸을 때 하루는 아버지가 심부름을 시켰다. 목욕탕에 가서 사람들이 많은지를 보고 오라는 심부름이었다. 이솝이 목욕탕에 갔을 때 그 입구에 커다란 돌이 하나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했지만 불평만 할 뿐 누구 하나 그 돌을 치우는 사람은 없었다.

 이솝은 그 앞에 앉아 반나절이 되도록 지켜보고 있는데 마침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한 남자가 일으켜 준 뒤 그 돌을 뽑아 던져 버리고 목욕탕에 들어갔다. 이솝은 그제야 집으로 돌아가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버지, 목욕탕에는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어요."

 이솝이 말한 그 한 사람은 바로 사람다운 사람 즉 돌멩이를 뽑아 낸 그 청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솝의 눈에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기가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사람들은 넘쳐나지만 바라보고 배울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그동안 물질이 풍부하면 무엇이든 다 해결되고 그것으로 사람노릇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행복하다는 사람은 줄어들고 사람답지 못하고 사람노릇 못하는 이들만 주위에 늘어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가장 사람다운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많이 배운 사람이나 세속적으로 출세한 사람보다, 됨됨이가 바른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곧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해 가면서 살아가는 일이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이 시대는 사람다운 사람이 필요한 세상이다. 사실 교육은 똑똑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데 있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키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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