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동지, 한 해 중 가장 해가 짧은 날로 24개 절기 중 22번째에 해당된다. 보통 양력 12월 22일경에 위치해있고 음력 11월의 어느 즈음인가에 따라 애(애기)동지, 중동지, 노동지 등으로 불리운다. 이 날이 지나면 하루 낮 길이가 1분씩 길어져 옛 사람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날로 삼기도 했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 오랜 습관이 있는데 이는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 것이다.'와 같은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팥죽을 먹는 관습이 동짓달에 죽어 역신이 된 아들을 쫓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축귀(逐鬼)의 방법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팥의 붉은 색이 강력한 벽사(?邪)의 역할을 해서 부정 타지 말라고 액막이 하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어떠한 의미든 간에 동지팥죽은 부정한 것, 나쁜 것, 해로운 것은 멀리하고 깨끗하고 좋은 것들로 한해를 시작하고자 하는 염원이 깃든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것이 아니었으니 음력 11월의 초순(1~10일)경에 드는 동지는 애동지 또는 애기동지라 하여 팥죽보다는 팥떡을 먹는 날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초순에는 음기가 세지 않아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이 오히려 어린아이에게는 좋지 않다는 속설이나 동지팥죽이 삼신할미를 쫒아내어 아이를 점지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벽사의 기능까지 다양하게 전래된다. 그러나 초순에 동지가 있으면 한해의 겨울이 길어져 죽보다는 떡이 오히려 체력 보강면에서 낫다는 해석이 더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동짓날에는 달력을 선물하거나 한해의 빛을 갚는 등의 일을 하였고 장수를 기원하는 행위로 그림자밟기를 하였다는 풍습도 전해진다. 또한 속설로는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죽고,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지는데 이러한 것들은 동지가 단순히 액막이, 축귀 등의 행사가 아니라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절차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쉽게 지나칠 수는 없다. 과거 한때, 보리밟기라는 행사가 학생들을 동원하여 이루어지기도 하였는데 동지한파라는 강추위가 오기 전에 보리밟기를 하여 보리의 웃자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이제는 옛말이 되었지만.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6년(1912~2017년)동안의 기후 변화는 여름이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졌으며 최근 30년 기온은 20세기 초(1912~1941)보다 1.4℃ 상승하였고 강수량은 20세기 초보다 124mm 증가하였으나 변동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대기, 해양, 토지의 온난화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은 명백하고 해수면 상승과 얼음 유실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일부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다하더라도 그 변화를 멈출 수 없다고 보고되었다. 그동안에 우리가 할 일은 탄소중립의 실현과 지구온도 상승 멈춤, 메탄가스의 급속한 감축 등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지 않을지도.

풀꿈환경재단과 충북 녹색전환포럼등이 공동 개최하는 2023 충북 환경인의 날 맞이 환경뉴스 선정에 올라온 면면들을 보니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전환을 위한 실천협력활동 활발', '대청호 주변 골프장건설 반대활동 활발', '제천 시멘트공장 오염피해에 대한 대응활동 활발'과 같이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민참여활동이 두드러진 반면 '환경부 일회용품 사용 규제정책 사실상 포기',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 방류 강행 및 정부의 미온적 대응'과 같은 정부차원의 실천행동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미호강 맑은물기본계획 수립 및 통합물관리기본조례 제정', '속리산둘레길 국가숲길 지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과 같은 지자체 차원의 관리노력이 더 부각된 한해였고 '코로나19 이후의 높아진 미세먼지 농도'가 오래된 환경과 개발 의제를 잊지 않게 해주고 있다.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그렇다면 2023년 동지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액막이의 역할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도, 또는 새로운 출발을 나타내는 기원의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어쩌면 어려움을 함께하고 소원을 성취하는 공동의 노력으로 부각될 수도 있지 않을까? 2023년, 애기 동지해를 맞이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시루팥떡을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어떤 의미든, 다 괜찮다. 그로부터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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