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노래 소리가 들리면 엉덩이가 먼저 씰룩거린다. 엄마와 아빠, 그림책을 좋아하는 그녀는 다섯 번째 손주다. 돌잔치 초대장을 받았다. 태국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는 중, 공주님 첫돌을 축하하기 위해 예정보다 서둘러 귀국했다. 직계가족과 가까운 친인척들이 만나는 정겨운 자리다. 탄생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손녀딸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온 정성을 다한 젊은 엄마 아빠의 헌신적인 수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이들 키우느라 동분서주하던 젊은 날 내 모습을 보는 듯 오버랩 된다.

딸과 사위는 캠퍼스 새내기 친구로 만났다. 같은 동아리에서 딸은 캠퍼스 총무로, 사위는 연합 총 단의 총무를 맡아서 함께 일을 했다. 4년을 줄곧 같이 사역하다 보니 콩이니, 팥이니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사이였다. 졸업 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 서로에게 다가왔나 보다. 익숙한 친구에서 서툰 연인으로 한 곳을 향해 길을 걷기로 약속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쓰는 약어로 캠총과 총총의 만남이라 말한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이들의 달달하고 사랑 넘치는 열애를 지켜보는 흐뭇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것은 인생 낙(樂) 중 빼 놓을 수 없는 현재 진행형 기쁨이다.

그녀의 돌잔치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아주 특별한 자리었다. 식순의 첫 페이지에."오늘 제 생일 잔치에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한복을 입은 귀여운 아기의 인사말로 시작하여, 엄마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육아시(育兒詩)가 들어있었다. 시인 아빠는 폭풍성장 한 딸아이의 일 년을 꼼꼼히 써 내려갔다.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 우리 기쁨 지안아/ 태어나 첫 울음을 터트린 날/ 배냇짓하며 까르르 소리 내 웃어준 날/ 인상 쓰며 처음 눈을 맞춰주던 날/ 자기 팔에 깜짝 놀라 울음 울던 날/ 힘껏 고개 들고 엄마아빠를 바라 봐 준 날/ 뒤집기를 성공해 온 가족이 박수치며 환호하던 날/ 밤새 열이 나 끙끙 앓던 날/ 무릎이 빨개지도록 엉금엉금 기던 날/ / 두 발로 걸으며 손을 쭉 뻗어 잡아주던 날/ 엄마 아빠에게 와 준 우리 딸 참 고맙고 사랑한다. / 온 마음과 사랑을 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 눈앞에 펼쳐진다.

손녀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진한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편지 낭독의 여운은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처음 할머니 할아버지 타이틀을 달아준 손녀 지안아!. 첫 번 째 생일, 많이많이 축하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가 되어주어 고맙고 사랑한다. 너의 예쁜 이름처럼 지혜롭고, 생각이 바른 사람으로 잘 자라 주길 바란다. 저 넓은 세상에 반짝이는 보석이 되길 항상 응원한다. 초보 할아버지 할머니가."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이어서 "반짝반짝 빛나는 지안이를 낳고, 오늘 돌을 맞이하기 까지 고생한 우리 며느리. 그리고 아들 수고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사랑한다. 우리 며느리. 우리 아들. "몸을 돌려 아들과 며느리 눈을 맞추며, 사랑을 전하는 그 뒷모습은 너무나 멋졌다. 사랑의 언어는 천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언어다. 힘이 되고 능력이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경영 수필가
이경영 수필가

돌잡이는 축복의 글이 들어있는 말씀잡이었다. 무지개 색상지를 돌돌 말은 두루마리 중, 아기가 잡은 것을 읽어주고 그렇게 자라도록 다같이 축복 해 주는 시간이다. 지혜와 키가 자라며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칭찬 받는 아이가 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게다가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하는 보너스 영상이 또 있었다. 우리가 부모 되어 보니, 우리를 키워주신 부모님 사랑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감사의 고백이다. 이런 감동의 선물이 세상 그 어디에 또 있을까? 사랑은 그렇게 내리 사랑으로 흐르고 흘러간다. 캠총과 총총이 준비한 외손녀 첫돌잔치는 증조할머니부터 4대가 함께하는 한편의 드라마 작품이었다. 사랑 그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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