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함께 그린대로(Green大路)'는 지난해 12월에 개최하였던 '2023 충북환경인의날' 행사의 슬로건이다. 2024년 초록의 큰길을 그려나가자는 의미로 충북 환경인들의 바람과 다짐을 담은 문구이다. 행사의 메인 이벤트로 지난 29년 동안 지속해 온 '충북권 10대 환경뉴스' 발표가 있었다. 유감스럽지만 2023년 충북권 10대 환경뉴스는 전반적으로 암울한 내용이다.

우선, 첫 번째 환경뉴스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정책 사실상 포기'라는, 전국적 환경이슈가 이례적으로 충북권의 첫번째 환경뉴스로 선정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년 동안의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정책을 불현듯 철회했다. 종이컵은 규제에서 제외하였고 비닐봉투는 과태료를 없앴으며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환경부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유보 조치했다. 재활용쓰레기 발생량은 급증하였고 전국은 쓰레기 대란을 우려하는 지경이 됐다. 팬데믹 종료 후에도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쳤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중단,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우리 지역 시민들은 팬데믹 와중에도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며 쓰레기줄이기 실천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따라서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환경뉴스는 더욱 참담한 뉴스다. '미호강 제방붕괴와 오송지하차도 참사'였다. 지난해 7월 극한호우와 함께 미호강 제방이 붕괴하면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다. 시민 14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미호강유역협의회는 자체 조사활동을 통해 기존 제방의 불법적 훼손과 허술한 임시제방의 붕괴,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의 무분별한 지연을 근본적 원인으로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실 상반기 내내 충청북도와 미호강유역협의회는 공동으로 미호강포럼을 운영했다. 민·관 협력을 통해 미호강 맑은물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원래 7월 중 비전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오송참사가 발생하자 전격 취소했다. 참담한 재난 사태에 직면해서는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다.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시민들에게 쾌적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미호강이라는 유역 관리의 원칙과 방향을 가슴 깊이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2023년 충북권 10대 환경뉴스가 암울한 또 다른 이유는 갈등적 이슈가 대폭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협력적 환경뉴스가 2건, 갈등적 환경뉴스가 8건으로 나타났다.

2022년 10대 환경뉴스와는 완전히 반대의 결과다. 대청호 골프장 건설 추진, 환경공익사업 국비지원금 삭감, 물관리기본계획 변경과 세종보 재가동,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 방류와 정부의 태도, 청남대·대청호 개발과 활용, 시멘트공장 환경오염 문제 등 논란과 갈등으로 점철된 한해였다.

이중 적어도 5건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이슈다. 정부 정책이 지역의 환경이슈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환경이슈도 있었다.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등 기후위기 대응 협력활동 활발'과 '미호강 맑은물기본계획 수립 및 통합물관리기본조례 제정'이 세 번째, 네 번째 뉴스로 선정됐다. 이 두 가지 이슈는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온 소통과 협의, 실천과 협력의 중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2023년은 갔고 청룡의 기운이 가득한 2024년은 시작됐다. 우리는 2024년이 더욱 암울해 질 것인지, 덜 암울해 질 것인지, 희망이 피어나는 활기찬 한 해가 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의 10대 환경뉴스 중 8개의 이슈는 환경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초래된 일들이며, 2개의 이슈는 환경인들의 치열한 노력에 따라 만들어진 성과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의도하지 않는 갈등적 환경이슈를 줄이고자 한다면, 함께 계획하고 함께 실현하는 긍정적인 환경이슈를 늘여내면 되는 것이다. 하기에 충북 환경인들의 새해 다짐 슬로건도 '함께 그린대로'로 정한 것이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기후위기에 맞서 인류의 생존을 지켜낼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갈등과 논란에 치이고 밀려 최선의 노력도 해보지 못하고 막을 내릴 수 있다. 충북의 환경인들이 그린대로 가야 초록의 큰길을 열어젖힐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하며 한해를 펼쳐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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