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만두 빚기는 수행이다. 소를 만두피에 넣고 속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감싸 놓으면 속을 알 수 없는 음식이 만두다. 음식 이름치고는 살벌하다. 오랑캐 머리라니. 마치 사람의 머리모양을 했다고 하여 그 이름이 만두로 되었다.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풍랑이 심해서 강을 건널 수 없게 되었다. 49명의 머리를 바쳐, 남만 정벌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들을 위로하여 수신을 달래야 한다고 하였다. 병사들과 신하들이 제갈량에게 인질(오랑캐)의 머리를 바치자고 했다.

하지만 제갈량은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의 머리 모양을 만들어서 그 안에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와 채소를 섞은 것을 넣고 싸서 그것을 공물로 바쳐 제사를 지내면서 '강의 신'의 노여움을 달랬다. 전쟁 중에도 사람 목숨을 중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진다.

찜솥을 꺼내 삼베를 깔고 만두를 찐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며 만두 냄새가 온 집안에 풍겼다. 한 개 집어 먹어보니 맛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만두를 꺼내야 하는데 다 붙어버렸다. 다시 천을 깔아도 보고, 그냥 쪄보아도 모두 다 붙어버렸다. 만두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걸 어쩐다?

만두피를 사기 위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북부시장 만두피가 맛있다는 소식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바람 불고 추운 겨울날, 시장 골목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줄을 서 보니 아득하였다. 언제 내 차지가 오려나 막막하기만 한데, 줄 서 있는 분들은 평온해 보였다. 가족에게 조금 더 맛난 만두를 먹이기 위해 추위 따위는 상관이 없는 듯 보였다.

어릴 적에는 밀가루 반죽을 해서 얇게 밀어 피를 만들었다. 만두피가 얇으면 만두는 터지고 만다. 반대로 두꺼우면 쫙쫙 입에 달라붙기 때문에 식감이 떨어진다. 피가 얇으면서도 내용물이 푸짐한 만두가 좋다.

시장 국숫집에서는 반죽을 기계에 넣어서 얇게 핀 다음 둥그런 알루미늄 판으로 누른다. 그 한 번의 누름에 왕만두 피는 약 70여 장이 된단다. 좁은 가게 안은 온몸에 밀가루를 묻힌 옷을 입고 잠시도 쉴 틈 없이 만들고 있다. 줄 서는 힘듦도 잊고 밥은 먹고 일을 하나 걱정이 되었다.

만두를 찔 때 어떻게 찌는지도 얘기했었다. 누군가 비닐을 깔고 구멍을 내면 안 붙는다고 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누군가 한지를 깔아도 좋다고 한 게 생각이 났다.

한지를 깔아보니 안 익는다. 구멍을 내보니 그때야 익는다. 몸에 안 좋다고 무시하던 비닐도 구멍 뚫어서 쪄보니 괜찮다. 결국은 찜솥 두 개로 한지와 비닐에 구멍을 뚫어 깔고 찐 후, 한 솥 찔 동안 찐 만두는 김을 식혔다. 그런 후에 떼니까 붙지 않고 소쿠리에 찐만두가 쌓여갔다.

만두는 재미있는 음식이다. 빚는 방식도 다르고 속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어떻게 요리해서 먹느냐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완성된다. 안 터진 만두는 소쿠리에 넣고 속 터진 만두를 먹는다. 만두피가 터져 땜빵 하느라 누더기가 된 만두도 안 터졌으면 다행이다. 찜통에 들러붙어 속 터지고 너덜너덜한 만두만 따로 골라놓고 보니 제법 많다.

우리네 삶도 만두 같다. 내가 원하는 데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행착오 끝에 만두를 붙지 않게 찌듯이, 온전하게 만들었어도 찌다가 터지듯이,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삶이 틀어져도 다시 붙이고 다른 방법으로 찌면 되는 것이다. 터지면 어쩌랴. 어차피 먹을 때는 터트려 먹는 것을.

음식에는 많은 이야기가 조잘댄다. 작년에는 아들과 만두를 빚었는데, 첫 해 빚을 때보다 소도 더 많이 넣고 속도도 빨라졌다. 부엌일에는 신경을 안 쓰다가 군대 간 누나가 명절에 못 오니 자연스럽게 만두를 빚었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만두를 빚으며 추억 속에서 가득 찼던 음식에 대한 기억이, 그 시절이 떠올려진다. 추억의 풍경이 보이고 냄새가 느껴지고 색채가 보인다. 맵고 짜고,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달콤한 기억도 떠오른다. 만두를 먹으면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을 느끼듯이, 우리 아이들도 내 손맛을 기억할까.

묵은지 송송 썬 동그란 추억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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