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병연 수필가

졸업식 시즌이다. 지난 연말에는 충북체고졸업식에 참석했는데 하도 엄숙하고 질서정연하여 아주 감동적이었다. 언뜻 3군 사관학교(육사·해사·공사)졸업식을 연상되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좀 지루할 만도 했지만, 학생들은 물론 학부형들까지도 누구하나 잡담하는 법이 전혀 없었다.

졸업생 한 명, 한 명 호명할 때마다, 영상에 신상을 소개하는 것부터! 전교직원이 일심(一心)으로 합심(合心)해 시종일관(始終一貫)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준비한 프로그램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보듯이! 이것 하나로 이 학교 전모(全貌)를 보는 것 같았다. '학생은 교사만큼 성장하고, 학교는 교장만큼 성장한다'는 말을 절감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졸업장 수여하는 장면이었다.

보통은 교장이 졸업생 대표에게 졸업장을 수여하면 나머지 학생들은 식이 끝나고 담임교사가 개별적으로 수여하지만, 충북체고는 사회자가 졸업생 하나하나를 호명하면 학생이 단상으로 올라올 때 스크린에는 학생을 소개하는 내용이 비추고 담임선생이 졸업장을 수여하는 방식인데, 이때마다 번쩍이는 재치와 깜짝 이벤트가 폭소와 갈채로 청중을 사로 잡았다.

'김아무개!'라고 사회자가 호명 하면! 보통은 담임에게 큰절을 많이 하지만, 단상에 올라오자마자 '공중돌기'를 하며 담임에게 다가와서 한바탕 깜짝 놀라게 하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레스링 선수인가 보다, 느닷없이 담임선생에게 '테클'을 걸어 어깨위로 번쩍 올리더니 단상을 한바탕 돌기도 하여 폭소를 자아냈고, 혹자(或者)는 펜싱동작으로 찌르는 동작으로 가랑이를 '일(一)자'로 벌려 경탄을 자아내기도 하며, 유도(柔道) 업어치기 동작으로 담임을 등에 걸터 업고 돌다가 오히려 자기가 앞으로 꼬꾸라지는 동작으로 웃음바다를 만드는가 하는 등 천태만상의 동작을 연출하여 갈채를 받았다.

졸업식 하이라이트는 '홍길동'이란 학생이었다.

이 친구는 선생님 속을 어지간히도 썩혔는가보다. 단상에 뛰어 오르더니 느닷없이 담임선생에게 큰 절을 하더니, 엎드린 채로 두 손으로 꽃 한 송이를 바치는 것이었다.

졸업장을 받아 들고는두 손은 하늘 높이 번쩍 들더니, " 나, 홍길동이도! 충북체고 졸업했다!" 라며 사자후(獅子吼)를 외치니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 학생을 보면서 '운보(雲甫)의 집'의 주련(柱聯:기둥에 써 있는 글귀)에"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요,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라!"라고 했다.

즉 하늘은 녹(祿)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녹(祿)'이란 자기가 먹을 밥그릇을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가 먹을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뜻이다.

잘 나면 잘 난 대로, 못 나면 못 난 대로, 저마다 역할과 몫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의 잠재적 가능성은 무한하다.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갈고 닦도록 이끌고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의 몫이다.

졸업식노래에서 가슴 적시는 향수를 느낀다.

특히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워서 얼른 자라서 새 나라에 새 일군이 되겠습니다."란 대목이 인상적이다.

'새 나라에 새 일꾼이 되겠다'던 소년들의 꿈이 '한강의 기적'과 '세계10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원동력이 됐다.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발전된 사회에 있으면서도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것은 꿈과 목표을 상실한 것 때문이 아닐까?

김병연 수필가
김병연 수필가

필자는 축사를 했는데 "여러분! 인생은 여행이라고 합니다. '셍택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우주를 유행(遊行)하다가 지구촌에 불시착(不時着)한 '어린왕자'! 즉 '우주의 여행자'라고 합니다. 여행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낭만과 꿈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여행을 하려면 목적지에 따른 목표와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목표가 없는 인생은 여행이 아니라 방황(彷徨)입니다. 여러분! 방황하는 나그네는 되지 맙시다. 여러분은 충북체고라는 소중한 인연에서 배우고 익힌 역량을 한껏 발휘하여 지구촌에 행복한 '우주의 여행자'가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거두절미(去頭截尾)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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